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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이제 네거티브는 가라

 

온갖 험한 말들이 넘쳐난다. 누가 무엇을 했네부터 무슨 의혹이 있네, 누구한테 특혜를 줬네 등등. 일단 뱉어놓고 보자는 의도가 뻔히 눈에 보이는 ‘아니면 말고식’의 변함없는 레퍼토리가 또 시중을 떠돈다. 오랜 시간 공들인 날카로운 말의 비수가 허공을 찌른다. 아, 또 선거철이 됐구나가 새삼 느껴진다는 주변의 수군거림이 낯설지 않다.

그나마 이 정도는 늘상 봐왔던 것이니까 그런가 보다 할 수도 있지만, 가족에 사돈에 팔촌까지 허락도 없이 가져다 걸고 넘어지는 건, 최소한의 지켜야 할 마지노선을 비껴나도 이미 한참 비껴난 지 오래된, 말 그대로 도를 넘은 무책임의 극치다. 안쓰럽다 못해 딱할 정도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순진함의 의문은 오로지 당하는 이는 물론 원하든 원치 않든 지켜보아야 하는 관전자의 숙명이 됐다는 것도 참 어이없는 일이다.

선거는 승자독식이라는 게임의 룰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수십년의 준비를 거친 인내를 시작으로, 뼈를 깎는 각고의 노력과 시대적 상황, 또 다양한 조건과 요청까지 더해져야 비로소 자기 이름 석자를 내걸고 세상에 나선 것이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그 결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정작 지킬 것은 지키지 못하면서 세상에 저질러지는 막무가내의 작태로 인한 악취까지 감내해야 한다니, 짜증스러움도 당연하다. 각본도 정해진 스케쥴도 없이 일단 한번 던져 놓고 오로지 선거 기간 내내 오직 물어뜯기만을 고수하는 이 추잡하고도 고집스러운 ‘네거티브’ 역시 한편의 잘 짜여진 선거전략이라고 한다면야 그것도 그들의 비뚫어진 ‘공명정대’ 인식에서 기인한 신념인 것을 어쩌랴?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이 비열한 말들의 향연을 어떻게든 화제의 중심에 올리려는, ‘정치’와 ‘검증’을 빙자한 ‘비방의 기술’로 인한 피로감과 불쾌함의 강요에 신물이 난다. 물론 하늘을 찌르는 대통령의 인기와 한국은 물론 전세계를 가두는 ‘빅 이슈’ 앞에 사실상 다른 변수가 없을 수도 있다는 일반의 견해에 딴지를 걸자는 것도, ‘선거비 보존’이 걸린 15% 득표율을 둘러싼 지극히 냉정한 각 후보 진영의 고충을 모르는 바도 아니지만 이러니 매번 선거에서 정책은 사라지고, 욕설과 카더라만 난무한다는 지적이 그치질 않는다.

한때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된다며 비판하던 시절, 유행처럼 메니페스토의 열풍이 불던 때에도 비판과 비방 사이를 오가던 ‘네거티브’는 있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하는 작금의 현실에도 여전히 해법은 ‘정책선거’다. 사람을 중심에 둔 공정과 상식이 이미 일반화된, 나눔과 참여, 협력의 공동체 사회가 국민과 국가의 첫째가는 의제가 된 시대에 맞지 않는 구태는 버릴 때도 됐다. 막무가내 인신공격은 되레 부메랑이 될 것임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20년 전 7월, 작은 이동식 앰프 하나 놓고 수원 지동의 한 거리 앞에서 외로운 유세를 하며 정치에 입문한 남경필과 빈농의 자식으로 소년공의 시절을 거쳐 성남시립의료원 설립과 반칙·특권 없는 사회를 위해 정치인이 됐다는 이재명의 난타전은 사실 ‘지방선거의 꽃’, ‘소통령’이라 불린 ‘서울시장 선거’보다 국민적 관심을 더 받는다는 것 말고는 별로라는 일반의 평가는 그래서 무섭다.

지난 2010년 ‘수원시장 선거’의 복기가 오르내리는 이유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심재인과 염태영, 신현태까지 나름 굵직하다는 평이 따라붙는 ‘수원사람’들이 맞붙었던, ‘동문 대결’로도 관심을 끈 그 선거는 공약과 정책으로 승부를 본 ‘수부도시의 자존심’이 걸린 인물선거로 회자된다. 단순 승패만이 아닌 선거문화와 정치발전 차원에서 한 단계 올라서겠다는 후보자들의 각오가 표출된 선거였다는 분석은 여전히 유효하다.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선거가 차지하는 비중은 말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다. 지도자에 대한 희망과 기대는 어느 순간에도 변함없이 요구될 것이다. 소중한 미래인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 당당하고도 자랑스런 역사. 언젠가 후손들이 행여 절망의 순간에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전설처럼 이야기하는 힘이 될 수 있도록, 우리의 꿈과 노래가 담긴 축제의 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네거티브’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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