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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벼랑 끝 전술

서로에게 도움이 안 되는 걸 알면서 자존심 때문에, 또는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 쓰는 전략이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쿠바 미사일 위기다. 1962년 당시 소련이 미국을 겨냥해 쿠바에 중거리 핵미사일을 배치하려 들자 미국이 이에 반발, 한때 양국이 일촉즉발의 위기까지 내달았다. 두 나라는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자존심을 걸고 기(氣)싸움을 벌이다 자칫 공멸의 길을 택할 뻔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벼랑 끝 전술이란 냉전 당시, 마치 전쟁을 하자는 것처럼 보여 적국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외교적 협상 전술을 말한다. 미국과 소련이 자주 하던 외교 전술이다. 철학자인 영국 버트런드 러셀은 이를 ‘치킨 게임’에 비유하기도 했다.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56년 미국 정치판에서다. 당시 대통령 선거에서 아이젠하워 공화당 정부의 ‘냉전 전사’ 덜레스 국무장관이 1956년 1월호 라이프지의 인터뷰에서, “전쟁에 이르지 않고 벼랑(verge)에 이르는 능력은 필요한 예술이다. 이 예술을 정복하지 못하면 불가피하게 전쟁에 이르고 말 것이다. 전쟁을 피하려고 하거나 벼랑에 가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전쟁에 지게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 대통령 후보이던 애들레이 스티븐슨이 여기에 ‘벼랑 끝 전술’(brinksmanship)이란 딱지를 붙여 되받아쳤다. 무모함을 조롱하는 표현이었는데, 이후 국제정치 용어로 정착하면서 자주 쓰이고 있다.

냉전이 종식된 후에는 북한이 이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다. 배수진을 치고, 협상을 막다른 상황까지 몰고 가는 초강수를 띄워 위기에서 탈출하는 특유의 협상전술을 구사해서다. 그동안 남북은 물론 북미협상에서 당장이라도 전쟁을 일으킬 것처럼 압박하면서 필요한 것은 최대한 얻어내 톡톡한 재미를 봐왔다.

지난 주말 벼랑 끝 전술의 원조 미국의 북미회담 파기 선언으로 한반도와 세계가 요동쳤다. 다행히 북한의 대화재개 요구 등으로 다시 개최하게 됐지만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동안 많은 국민이 가슴을 쓸어 내렸다. 고통이 컸던 만큼 좋은 결과가 나와 한반도의 비핵화를 앞당기길 기대한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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