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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

전시입니다
백색의 어둠 속을 더듬어 적의 목을 베던 전사의 기억입니다
베고 베이다 혼자만 남는 전쟁,
알면서도 전장을 찾아가는 전사들의 기억이 풀잎 끝에 응결되어 있습니다
매달린 물방울에 담긴 하늘입니다
날카로운 빛과 빛 사이에서 흔들리는 나뭇잎의 뒷면입니다
얼굴입니다
입 벌린 나의 얼굴 증발할 물방울입니다
전사들의 피가 스민 흙 속에 함께 누적될 기억입니다
어머니 사람을 죽였어요

내 칼로 내 목을 쑤시는 무승부의 전쟁

- 최원 시집 ‘미영이’ 중에서

 

 

‘나’라는 존재를 올곧게 세우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나와의 전쟁을 치러야만 한다. 그러나 종전(終戰) 선언은 없다.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를 죽이고 내일의 내가 오늘의 나를 죽이는 것, 그 자체가 우리 존재의 의미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풀잎에 맺힌 이슬방울처럼 증발되고야 말 기억이 그 전투의 결과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라는 빛을 찾아, 빛이 아닌 ‘나들’을 베고 있지만, 빛과 빛 사이에서 흔들리는 얼굴로만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내 기억은 앞서 살아간 사람들의 기억과 함께 누적되어 묻힐 수도 있을 것이다. 승부가 나지 않는 이 전쟁을 언제까지 하여야 할까. 마지막 남은 최후의 ‘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김명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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