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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좋은 공연장을 건립하고픈 꿈

 

 

 

필자의 어릴적 꿈은 건축가였다. 사춘기를 거치며 꿈이 작곡가로 바뀌었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공연기획자에 가깝다. 서로 다른 직업이지만 무언가를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다.

풀기 어려운 난제를 만나면 건축의 설계단계부터 시공, 감리 과정을 생각하며 문제를 해결할 때도 있고, 현대음악 작곡기법을 떠올려 새로운 묘안을 찾기도 한다. 무엇이든 새롭게 만든다는 것은 쉽지는 않으나 특히 작곡을 한다든지, 건물을 새로 건축하는 것이나 공연기획은 그 어려움이 여타의 다른 일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완성에 있어서 이정도면 될 것 같은 확신을 갖기 어렵다는 점과 이전에 만들었던 작품과 유사한 과정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 그리고 최종단계에 이를 때 갖은 애를 다 써야 최종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이용자의 만족도에 따라 결과물의 성취도가 달라진다는 점도 있다.

필자는 문화예술기관에 종사한지 거의 30년이 된다. 다양한 경험과 시행착오를 겪었고, 크고 작은 성과로 즐거웠던 기억도 많다. 그러나 항상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는, 못다한 숙제 같은 것이 있다. 공연장을 정말 잘 건립해 보고 싶은 일이다. 이 꿈은 공연기획자라면 누구나 갖는 꿈일 것이다. 어찌 보면 단순한 일인데 마치 달성하기 어려운 꿈처럼 생각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의 크고 작은 공연장 수는 약 1천여개이다. 아쉽게도 잘 지어져서 좋은 공연장이라고 평가되는 것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다. 아마도 건축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건립에 대한 계획 수립과 시공에 관여하고, 운영자는 완공이 임박해서야 공연장에 배치되기 때문일 것이다. 더군다나 유지·관리하는 인력도 규모에 비해 소수이다. 공연장이 어떤 용도로 무슨 작품을 어떻게 무대에 올리고, 누구를 관객으로 맞을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연장이 건립되고 있다. 당연히 운영 효율은 떨어지고, 공연장의 생명력도 짧다. 앞으로는 다목적홀 개념보다 전문적인 공연장으로 지어져야 한다. 또한 공연장의 기획단계에 운영자도 함께 참여해야 한다.

공연장 건립에는 적잖은 건축비와 관리비가 발생하지만 유지비용을 감당하는 방안도, 구체적인 운영계획도 수립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발생하는 공연장 운영의 낭비와 손실은 공공재원으로 보전되는데, 그 손실을 측정할 기준도 없고, 얼마의 재원이 앞으로 필요한 지 가늠조차 어렵다. 공연장 건립을 위해 우선 공연장의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를 설정하고, 이를 기초로 시장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마케팅분석을 토대로 고객의 성향과 구매력을 면밀히 조사하고 이를 기반으로 작품 구성 방향을 정해야 한다. 우리는 통상 객석의 숫자로 공연장의 위상을 정하지만 보다 올바른 방식은 공연 작품이 관객에게 올바로 전달되는 최적의 상태에 있느냐는 것이다.

공연장이 사회통합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하며, 관객들이 작품을 보다 깊이 있게 감상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같이 개발돼야 한다. 공연장이 지역사회 속에서 올바로 그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공연장 건립을 주도하는 정부의 의사결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바로 자치단체장이다. 이들의 역할은 건축가 및 운영주체인 공연 관련 전문가의 의견이 잘 반영되도록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일이다.

전문가 의견을 잘 듣는 것과 좋은 공연장을 건립하는 것은 서로 비례한다. 그릇된 판단으로 공명심에 사로잡혀 허울만 좋은 큰 공연장 건립을 추진하다가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는 실패사례는 부지기수다. 기형적으로 건립한 공연장의 부채와 원금을 충당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바람직한 지역문화 활성화를 도모하기 어려운 상황에 때때로 놓이게 된다.

이제는 공연장 건립을 위해 이러한 파행을 극복해야 할 때이다. 부천, 화성, 평택에 대규모 공연장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성공적인 건립과 운영을 위해서 건립 전에 조직과 인력을 갖추고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앞서 건립한 유명무실한 공연장의 우(愚)를 이제는 극복해야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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