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
/신원철
산다는 것은 차츰 지쳐가는 것
적어도 오십 년은 터덕터덕 걸어와 저기 무너졌을 것이다
작은 산의 한 귀퉁이 돌아
햇살과 바람만 벗하여
누워 있는 봉분,
이젠 편안할까?
찾아올 이도 없어
먼 골 메아리와 햇살 한 줌이 반가운
따뜻할까?
패랭이 꽃 두어 송이 피우고 있는
- 시집 ‘닥터 존슨’
고작 몇 십 년 생애, 우리는 차츰 종착역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건만, 저렇게 야산 한 귀퉁이에 무너져 주저앉을 때까지 지지고 볶으며 미혹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이다. ‘비유경’ 한 토막이 떠오른다. 광야에서 미친 코끼리에게 쫓기던 나그네가 낡은 우물 아래로 드리워진 등넝쿨을 타고 내려가 숨으려는데 우물 바닥엔 뱀들이, 사방에선 네 마리 독사가 혀를 날름거리고 있다지 않은가. 또한 잡고 있는 등넝쿨은 흰 쥐와 검은 쥐가 번갈아 갉아먹는 진퇴양난의 순간, 문득 벌집에서 떨어지는 꿀맛에 취해 절체절명의 위기를 잊고 있다지 않던가. 그 어리석음이 인간의 속성임을 간파한 시인은 자신과 무관한 한 쓸쓸한 무덤 앞에서 이러한 무상의 이치를 절절히 느꼈으리라. 그 무덤 주인의 외로움에 자신의 심상이 중첩되어 따뜻한 위로를 보탰을 것이다. /이정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