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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도교육청 이중적인 모습에 위기에 빠진 학교체육

 

 

 

경기체육의 뿌리인 학교체육이 위기를 맞고 있다.

학교체육은 지난 달 충청북도 일원에서 열린 제47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금 69개, 은 56개, 동메달 80개 등 총 205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전국소년체전은 1988년 제17회 대회부터 시·도별 종합시상제를 폐지하고 종목별로 시상하는 것으로 바뀌었지만 각 시·도는 비공식으로 종합집계를 해왔고 경기도교육청도 어느 해는 금메달 집계로, 또 어느 해는 종합점수 집계로 ‘라이벌’로 여기는 서울시교육청과 종합 순위를 따져왔다.

이 때문에 서울보다 금메달이 앞설 때는 금메달로 종합우승을 했다고 밝혔고 금메달이 뒤질 때는 전국체육대회 방식으로 종합점수를 채점해 서울보다 앞설 경우 종합우승을 했다고 공표해왔다. 도교육청은 지난 해에도 경기도가 금 83개, 은 60개, 동메달 76개로 서울(금 75·은 66·동 47)보다 앞서자 ‘비공식으로 종합우승을 했다’, ‘2014년 이후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올해 도교육청은 전국소년체전에서의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학생선수들이 전국소년체전을 통해 존중과 배려, 공정과 예의를 배우는 민주시민교육의 장이 되길 바란다며 성적보다 안전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학생선수들이 대회 출전의 의미를 입상이나 경쟁에서 벗어나 존중과 배려, 공정과 예의를 배우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국 17개 시·도 중 16개 시·도가 충주종합운동장에서 선수단 상황실을 운영할 때 도교육청은 지원센터를 설치·운영했고, 지원센터에도 메달 획득이나 신기록 현황판을 설치하는 대신 각 종목별 선수단의 파견일과 귀가일을 적는 현황판을 설치했다. 그 결과 경기도는 올해 전국소년체전에서 ‘라이벌’ 서울시(금 79·은 61·동 70)에 금메달 수에서 크게 뒤졌고 전국소년체전 사상 처음으로 총 메달 수에서도 서울보타 5개가 뒤지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도교육청은 또 선수단의 경쟁심을 자극할 수 있는 시도별 메달집계의 폐지를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강력하게 요구했고 이 때문에 대한체육회 전국소년체전 홈페이지에 게시되던 시도별 메달집계를 이번 대회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각 시·도 선수단은 물론 학생선수들을 출전시킨 학교, 학부모 등이 메달 현황을 파악하는 데 애를 먹었고 메달 집계 페지를 강력하게 요구한 경기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경기장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전국소년체전에 출전했던 학생선수 대부분이 짧게는 3년, 길게는 6년 뒤 전국체육대회에 도대표로 출전하기 때문에 전국소년체전의 성적은 전국체전 성적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이번 대회의 결과가 16년 연속 전국체전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하며 체육웅도의 자부심을 이어온 경기도에 3~5년 후 적지않은 타격을 줄 것이라는 게 체육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번 대회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성적 뿐만이 아니었다.

도교육청은 학생선수들에게는 성적에 연연하지 말라고 강조하면서도 학생선수들을 지도하는 코치들에 대한 평가에 ‘메달 획득 여부’를 반영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 대회 전부터 학생선수들의 미담사례를 언론에 제공하겠다고 밝혀놓고 도교육청이 대회기간동안 언론에 제공한 미담사례는 부교육감이나 시·군교육지원청 교육장들이 학생선수들을 격려한 내용이거나 다문화 가정 또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선수들의 입상 소식이 대부분이었다.

도교육청의 이같은 이중적인 모습 때문에 일선에서 학생선수들을 지도하는 코치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교육청 방침대로 성적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해도 코치 자신이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입상을 강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스포츠는 정해진 규칙 안에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우승자를 가리는 것으로 그 어떤 분야보다도 공정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는 분야다. 도교육청의 주장대로 대회 출전의 의미를 입상이나 경쟁에 두지 않게 하려면 차라리 대회에 출전시키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스포츠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학생들이 경쟁하지 않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게 선행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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