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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

/주영중

원룸들이 늘어 가네

그건 아마도 좋은 징조

또 하나가 길모퉁이에 세워지고

지금은 1층 거푸집만 서 있네

1층 위에 2층 2층 위에 3층

서로를 당기면 외로움도 즐어들지

그러니 좋은 징조

밤11시로 돌아가는 길

거푸집 너머로 방이 보이고

어둠은 곧 빛이 되고 창이 되고

사람들 모여들 게니

원룸은 좋은 징조

1층 위에 2층 2층 위에 3층

- 주영중 시집 ‘생환하라, 음화’ 중에서

 

 

 

 

이 시를 읽다보면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 시대의 자화상을 익히 가늠할 수 있다. 오늘 날에 있어 가족 공동체는 점점 해체가 되고 사회적 동물의 기본적 요소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나 홀로 거주지를 마련하고 나 홀로 밥을 먹는 세대들, 이 현실 앞에 시인은 기본적 소양인 인간애까지 무너질까 우려하고 있다. 시인은 거리의 주거문화 풍경에서 원룸이 늘어 가고 있는 풍조를 좋은 징조라고 했지만 이것은 안타까움에 혼자서 뇌까리는 반어법일수도 있다. 늦은 퇴근 길, 기다려 주는 사람이 없고 반겨주는 사람이 없는 홀로 사는 집은 얼마나 외롭고 쓸쓸할까? 그래서 시인은 함께 모여 어둠을 빛으로 만들고 따뜻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거푸집 너머로 보이는 방, 그리고 ‘1층 위에 2층 2층 위에 3층’을 지어 서로가 의지하며 함께하는 휴머니즘적 삶을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정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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