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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양심]대한민국 70년의 선거역사와 한국인의 저력

 

 

 

“자유는 통치하는 것과 통치받는 것을 번갈아하는 것”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것처럼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1년 단임의 선출직을 많은 사람들이 번갈아가며 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선출방식이 ‘클레로테리온’이라는 제비뽑기 도구를 사용한 우연의 변수였다는 점이다. 때문에 아테네 시민들은 당시의 입법·사법·행정과 외교 담당 선출대표직들을 대단한 인물로 보지 않았고 언젠가 자신도 수행할 자리로 생각했을 것이다. 이로써 민주주의 발원지로 알려진 고대 아테네의 제비뽑기제도는 인물들 간의 우위 없이 대표선출과정에서 시민의 자격이 모두 동등하게 인정되었음을 알게 한다.

시민의 수, 즉 피유권자가 6만 명 미만이었던 아테네에서 가능했던 대표선출제도는 광범위한 영토와 많은 국민으로 구성된 국가에서는 시행불가한 제도임으로 간접대의정치를 하게 됨은 상식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선거방식의 유래는 프랑스혁명 이후 공화국의 시작에서부터 확산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성인남녀 모두가 1인 1표를 행사하기까지는 오랜기간 우여곡절이 많았다.

미국과 유럽의 각국들은 초창기 백인남성들만 투표할 수 있었다. 이후 미국에서는 1870년에 흑인남성도 투표권을 얻었지만, 여성들은 50년이나 지나서야 부여받게 된다. 여성들의 참정권 확보는 각국에서 부단한 항쟁과 희생으로 이루어졌다. 미국에서는 백악관 앞에서 시위하다가 많은 여성들이 투옥되었고, 영국에서는 참정권을 위해 목숨 바친 에밀리 와일딩 데이비슨의 장례식장에서 분노한 여성들의 집결과 폭발적인 동기를 이루어 1928년에 비로소 성취되었다. 2015년 12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들이 처음으로 투표장에 행렬을 이루었다.

이처럼 긴 세월 많은 헌신과 노력을 통한 민주정치 참정권의 세계적 정착과정을 ‘민주정치의 형식적 안착’이라고 본다면, 그동안 ‘민주정치의 본질과 내용의 정착과정’은 얼마나 발전되어왔을지 의문이 든다. 프랑스인 장 자크 루소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스스로가 자유인이라고 착각하는 영국 국민들의 자유는 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선거 기간뿐이며, 의원들이 선출된 즉시 영국민들은 그들의 노예로 또다시 돌아갈 뿐이다” 이 말은 그의 저서 ‘사회계약론’에서 거론됐으니 때는 1762년이다.

한국의 첫선거는 1948년 5월 10일 제헌의회 200명 의원을 구성하기 위해서 치러졌다. 꼬박 70년의 세월이 흘렀다. 광복 이후 자유국가 건설의 열망 하에서 온 국민의 관심이 얼마나 지대했던지 출마한 후보자 수가 948명에다가 95.5%라는 투표율은 아직도 최고기록으로 남아 있다. 그 이후로 독재자들의 권력 지속을 위한 관권과 금권선거가 판을 치던 때가 있었고, 개표조작의 문제제기와 각종 부정선거의 논란들이 항상 뒤따랐던 것이 오늘날까지 선거의 양상이다. 선거철이 되면 국민들이 차갑고 냉정하게 믿고 맡길 건실한 인물들을 선별할 수 있는 분위기라기보다는, 온 나라가 격정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든 듯 수많은 후보자들의 현란한 홍보 홍수로 범람하는 듯하다. 요즈음은 선거홍보전략도 고도화되어서 빅데이터 통계분석으로 유권자들의 의식적, 무의식적 성향과 행위를 분석하고 분류 체계화하여 표심을 움직이려는 추세이기도 하다.

선거의 홍보와 전략에 밝아서 유권자로부터 표를 많이 얻어내는 능력과 정치일선에서 자신의 공략실천에 최선을 다하며 양심껏 일할 수 있는 능력은 다르다. 따라서 ‘민주정치의 본질과 내용의 정착과정’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의 저력은 지나간 세월 속에서 많은 착오와 경험들로 인해 선거철에만 간절히 머리 숙여 호소하는 정치인들의 겉과 속을 통찰하며 행동할 수 있을 만큼 강화되었다고 본다.

6·13지방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특정 정당의 압승이 조심스럽게 예상되지만, 정당을 떠나 진정 지역을 위해 땀흘려 일하는 참일꾼들이 많이 선출되기를 희망해본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은 참일꾼을 가려내는 능력을 지녔다고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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