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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공약(公約)인지 공약(空約)인지 돋보기로 보자

 

 

 

6·13지방선거가 꼭 1주일 남았다. 선거전의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정책과 공약보다는 비방과 폭로전으로 치닫는 느낌이다. 더욱이 북핵 이슈에 묻혀 이번 지방선거는 관심이 덜하다는 것을 후보자나 유권자 모두가 실감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후보자들이 내놓은 공약도 실현성이 거의 없는 허무맹랑한 것도 많다. 지방선거인데 지역 현안은 뒤로 한 채 여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프레임에만 갇혀있는 듯 하고 야당들은 야당대로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데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

엊그제부터 각 후보자들의 공약 등이 담긴 선거공보가 각 가정에 도착했다. 광역 및 기초단체장, 지방의원, 교육감, 비례대표 지지 정당 등 7번의 기표를 해야 하다보니 제법 두툼하다. 후보자들이 많은 지역은 더욱 그럴 것이다. 인쇄비용을 줄이려 했는지 달랑 한 장짜리가 있는 반면 꼼꼼하게 지역의 현안을 약속한 공보물도 있다. 돋보기 안경을 쓰고 자세히 들여다보는데 1시간 남짓이 걸렸다. 공약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지역에 걸맞지도 않은 것이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 또 하나같이 수많은 예산이 드는 일이다. 중앙과 지방의 경계가 모호한 공약들도 대부분이다. 이럴 때 여당은 또 집권당의 프리미엄을 내걸고 반드시 해내겠다고 약속을 남발한다. 야당의 한 시의원 후보는 거대한 신도시의 쓰레기소각장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허황된 일자리가 100만개씩 마구 늘어난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무상공약이다. 뭐든지 ‘공짜’로 준다며 유권자들을 현혹시킨다. 특히 학생과 학부형을 겨냥한 포퓰리즘이 너무 심하다. 무상급식, 무상교복, 무상통학버스, 무상수학여행, 무상체험학습 등이 그것이다. 교육감후보나 지방의원 후보들까지 모두 같은 공약을 하고 있다. 무상급식 공약만 보자. 경기도내 고교생은 약 50만 명이다. 이들에게 1년 간 밥을 공짜로 먹인다면 무려 3천억 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 그러나 소요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닫는다. 현재 국가적으로 무상급식에만 올해 3조~4조원이 투입되는 현실에서 이게 가능한 얘기겠는가. 정부 대신 몇 조원의 누리과정 예산을 대는데도 시도교육청은 허덕거릴 지경이다. 하기는 대통령 공약사항을 전부 이행하는데 돈으로 계산하면 수백조원이라는 애기도 나오고 있으니 갈수록 무상공약에 쏟아야 할 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선거에서 ‘공짜병’은 2010년 무상급식 공약 이후부터 각 후보자들의 단골메뉴가 됐다.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권자들도 이제는 공짜 좋아하다가 큰 코 다친다는 걸 모르는 이가 없다. 공짜급식 공짜교복은 다 어디서 나오겠는가. 고스란히 국민들의 세금이다. 담뱃값이 대폭 오르다보니 현재 담배 한 갑을 하루에 피우는 사람이 1년 내는 담뱃세는 10억원짜리 주택 소유주의 소득세와 맞먹는 수준일 정도다. 조삼모사(朝三暮四)일 뿐이다.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인식에서 정치인들의 식언(食言)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이제 이같은 얄팍한 수법에 속아넘어갈 유권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것은 ‘양심 있는 유권자의 투표’다. 거짓말 잘하는 직업을 묻는 한 여론조사에서 76%가 정치인을 꼽았다고 한다. 처칠도 정치인의 자질에 대해 “내일 내주 내달, 그리고 내년에 일어날 일들을 예언할 수 있는 재능과 훗날 그 예언이 들어맞지 않았던 이유를 잘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했다. 프랑스의 정치 풍자 유머는 더하다. 정치인들을 태운 버스가 밭으로 굴러 떨어졌다. 밭을 갈던 농부는 부상당한 정치인까지 모두 땅에 묻었다. 경찰이 생존자는 없느냐고 묻자 농부는 “몇몇은 아직 죽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묻어버렸다”고 했다. 왜 그랬느냐는 질문에 “정치인이 하는 말은 모두 거짓말 아닌가요?” 풍자치고는 통렬하다는 느낌이 든다.

아무튼 이번 지방선거에서 공약(空約)이라는 거짓말을 하는 후보들을 반드시 가려내야 한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돋보기를 쓰고서라도 이런 후보들은 정치판에서 솎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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