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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대장성’은 안돼요

 

오월을 보내면서 날씨가 더워지면서 초여름 날씨가 이어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햇볕이 좋아 보였는데 이젠 뜨겁게 보인다. 햇빛보다 그늘을 찾게 된다. 지나는 사람들의 손에 아이스커피가 들려있고 빨대로 한 모금씩 빨면서 얘기를 나누며 걸어가는 모습이 경쾌하다.

오늘도 더위를 피하고 싶어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마신다. 커피숍까지 가기는 멀고 아쉬운 대로 편의점에서 들고 와서 얼음이 담긴 1회용 컵에 이미 추출된 액상 커피를 넣고 뚜껑을 덮은 다음 빨대를 꽂아 한 모금 쭈욱 빨아들인다.

시원한 아이스커피가 목으로 넘어가는 순간 스위치가 켜진다. 대체불가의 복원력으로 온 몸이 깨어난다. 더위는 가고 시원함과 함께 커피향이 내 몸 구석구석을 새로운 에너지로 채우는 이 느낌이 있어 커피와 멀어지기 힘들다.

빨대는 마시기도 좋고 이동 중에도 쏟거나 흘릴 위험이 없어 간편하게 이용하게 된다. 시원한 맛에 계속 마시다 보면 어느새 빨대에서 바람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이렇게 편리하게 사용하는 빨대가 우리에게 주는 폐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보기 전에 우리 생활에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빨대의 숨겨진 얼굴을 알게 되면서 더 이상 함께 하기 어려워졌다.

물고 빨고 하던 정을 잊고 단번에 쓰레기통에 던져지는 플라스틱 빨대의 양은 과연 얼마나 될까를 생각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물론 나도 한 번 사용하고 쉽게 버렸다. 그리고 쉽게 잊었다.

하루에 사용하고 버려지는 빨대를 한 줄로 세우면 지구를 두 바퀴를 돈다고 하는 믿기 어려운 진실 앞에 할 말을 잃는다. 썩는 데는 500년이 걸린다고 하는 연구결과를 접한다. 이슬비에 옷 젖는다고 하는 말처럼 작은 빨대 하나가 우리 환경에 미치는 폐해는 예상보다 훨씬 컸다.

그동안 내가 버린 빨대만 해도 만리장성을 만들어 가기 전에 이런 생각을 갖게 되어 다행이다. 이런 작은 시도가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영국 맥도날드가 환경 보호를 위해 5월부터 일부 매장에서 종이로 만든 빨대를 사용하기로 했다. 맥도날드 CEO 폼 폴로이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외식업계에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는 기업의 문제만이 아니다. 기업이 사회 분위기를 선도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소비자 개개인도 책임을 공유할 때 가능한 일이다.

요즘은 전업주부가 드물고 거의 워킹맘으로 사는 여성들이 많기 때문에 가사일도 가족들이 분담을 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편리함으로 기운다. 주방가전이나 여러 가지 가전제품의 등장으로 가사와 육아와 직장의 병행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아직도 힘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러 방면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성능이 우수한 제품들이 등장한다. 벌써 오래전에 여성들은 아기기저귀를 빠는 일에서 해방되었고 수세미도 걸레도 1회용을 사용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부득이 1회용을 사용하게 되더라도 가능하면 재활용 가능여부와 성분도 꼼꼼히 살펴보고 사용하고 버릴 때에도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분류하는 작은 실천에 동참해야 한다.

이젠 냉정해지고 싶다.

편리함의 대가로 우리가 짊어져야 하는 환경공해를 줄이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찾아본다. 생각 없이 버린 빨대로 만리장성보다 긴 빨대장성을 만드는 일부터 중단한다. 제일 먼저 빨대와의 결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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