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미래인문학]인공지능 시대와 인간의 자존감

 

필자는 최근 ‘개성의 탄생(주디스 리치 해리스 저)’이라는 책 속의 문장들을 음미하면서 많은 것들을 떠올렸다. 존 듀이(미국 철학자이자 교육학자)가 강조한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끼려는 인간의 욕망과 함께 매슬로우(미국 심리학자이자 철학자)가 욕구발달 단계에서 자아실현 전단계로 배치한 소속감과 자존감, 그리고 아들러(오스트리아 정신의학자)의 미움 받을 용기와 평범해질 용기가 바로 그것이다.

게다가 루이스 터먼(미국의 심리학자)과 하버드대학의 건강수명에 관한 70년 이상의 종적연구와 로제토 마을이 동시에 떠올랐다. 해리스는 사람의 인격과 성격을 변화시키는 가장 큰 동인을, 사랑을 원하는 관계방식(소속감)과 유능함 그리고 지위를 원하는 경쟁방식(자존감)이라고 결론냈다. 사랑의 소속감과 성취의 자존감은 매슬로우가 자아실현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했다. 듀이의 ‘중요한 사람’이란 느낌도 사랑받고 존경받으면 이루어지는 것이다.

평생의 종적연구에서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2가지도 마찬가지다. 우선 ‘성취감’인데, 이는 지위를 얻는 경쟁방식과 관련된 자존감과 관련이 있다. 다음은 사회적 인간관계에서 위화감이 없는 배려, 용서, 포용이 있느냐는 점인데, 이는 사랑을 원하는 소속감의 욕구와 관련이 있다. 필자의 관심부분은 소속감과 자존감 중 건강의 유지와 개성의 탄생에 기여하는 정도의 비율이다. 이런 비교연구들에 대해 나름 메타분석을 하면, 라이프니츠(독일 철학자)가 언급한 선천적 DNA와 후천적 환경의 영향이 1대3으로 나온다. 그런데 소속감과 자존감의 비율도 1대3일 거라는 확신이 든다.

건강 관련 종적연구에서도 노년기에 성취감(직업, 봉사)을 잃은 노인들의 병원비가 3배 정도 더 든다. 은퇴는 소속감과 자존감을 동시에 위협한다. 해리스도 저서에서 선천적 DNA나 외모가 후천적 환경을 바꾸는 힘이 있기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 필자 저서에서도 밝힌 부모의 유전자 조합(nature)과 생활환경(nurture)의 건강 관련 영향력이 25%대75%라는 점은 찾을 수 있었지만, 인격과 개성을 형성하는 후천적 환경 중에서 사랑의 소속감과 경쟁 자존감의 영향력을 특정 비율로 구분하는 자료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동안 관련 책을 보며 사색해온 작가의 직감으로 그 또한 25%대75%일 것으로 여겨진다.

이젠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들이 소속감과 자존감을 느끼는 방식의 변화를 예측해보자. 주로 가정과 친척, 친구가 좌우하는 소속감은 생산적 업무는 아니지만 인공지능은 인간의 감성을 사로잡는 중이다. 또한 유능함과 지위를 얻는 경쟁방식과 관계깊은 자존감의 욕구를 채우는 방식은 더욱 위협받고 있다. 취업을 자랑스러워하는 현대인들이 영영 직장을 잃어버리면 어디에서 자존감의 욕구를 채워야 할까? 아마도 다양한 취미생활이나 게임, 운동에서 개성과 보람을 느낄 것이다.

며칠 전 필자가 5년 후에나 가능하리라 예측했던 손톱 크기의 슈퍼컴퓨터가 개발되었다는 보도를 보았다. 이 작은 슈퍼컴퓨터는 인간형 로봇에 들어갈 것이다. 광합성을 하여 에너지를 생산하는 합성생물학의 성과도 보도되고 있다. 태양광으로 영원히 움직이는 인간형 피부를 가진 로봇의 출현이 예상된다. 작은 생선 알을 터지지 않게 잡을 수 있는 로봇에 대한 보도도 보았다. 로봇들의 지능과 손·발의 기능이 장난 아니게 되어 인간을 능가하는 어느 날 인간은 실수를 해도 상관없는 장난의 영역으로 밀려나게 된다.

그래서 필자는 우리 교육이 동아리화되면서 미리 ‘장난의 영역’으로 깊게 들어가서 전 세계적으로 장난 아니게 되는 식으로 재편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슈타이너(독일 사상가)는 ‘교육은 치료’라고 말했다. 매슬로우는 말년에 욕구발달 피라미드를 뒤집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자아실현의 느낌, 소속감과 자존감이 없다면 안전과 생리가 위협받는다는 취지를 밝혔다. 교육과 인문학의 영역은 인공지능에게 상처받을 인간들의 소속감과 자존감을 지킬 방법들에 눈을 떠야한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