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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세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벅찬 감정을 품어라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다.(The winner takes it all)’

6.13 지방선거의 관전평(?)을 누군가 묻는다면 한마디로 ‘승자 독식’이라고 답할 것 같다. 미국 대선제도(Winner takes all: 주별 선거인단을 몰아주는 방식)과는 의미가 다른 ‘언어적 메타포(metaphor)’다. 팝(Pop)을 좋아하는 7080세대들은 귀에 익을 정도로 들어봤을 스웨덴 출신 그룹 아바(ABBA)의 히트곡 제목이기도 하다.

30년 가까이 선거현장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지만 이번 선거처럼 ‘독식’이란 표현이 잘 들어맞는 경우는 딱히 없던 것 같다. 데드라인(deadline, 원고마감 시간)의 긴장감은커녕 까닭 모를 허전함이 밀려왔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기사 출고에 대한 ‘짐(상반된 결과를 대비한 편집 준비)’을 덜었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선거를 앞두고 각 방송과 신문에 보도됐던 판세 예측 여론조사 내용을 접하고 나름의 예견은 했어도 이렇게 까지 극명하게 명암이 갈릴 것이란 생각은 못했다.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보면서도 설마 하는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이내 개표가 시작되고 의구심이 사라지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개표 초반부터 확연히 드러나는 격차, 말 그대로 ‘싱거운 승부’의 전조였다.

집권 여당 입장에서는 ‘싹쓸이’, 제1야당은 ‘참패’. 이튿날 각 신문에 도배된 제목처럼 그 이상의 인용은 무의미한 결과를 접하면서 묵직한 무언가가 뇌리를 스쳤다.

바로, 동서고금을 통해 학습돼 왔던 ‘권력 집중’에 대한 트라우마다. 중앙에 이어 지방권력, 국회와 풀뿌리의회까지 ‘접수’한 정부·여당은 ‘지역주의·색깔론과 결별했다’고 자평했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과도한 권력 편중으로 인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플라톤이 ‘중우정치(衆愚政治)’라는 말로 아테네 민주정을 비판했던 수천 년 전 사례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장기 집권이나 권력 집중으로 인한 폐단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선거 결과 발표 이후 “결코 자만하거나 안일해지지 않도록 각별히 경계 하겠다”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관련 입장문 요지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승리에 도취돼 자만하지 않겠다”라는 발언에 딴죽을 거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서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잇단 성사로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민심이 반영될 수 있었다는 측면이다. 여느 때보다 네거티브가 판을 쳤던 이번 선거에서 ‘세기의 이슈’가 ‘잡다한 이슈’를 잠재웠다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여기에 더해 직전 정권에 대한 불신으로 지펴진 촛불민심의 잔열이 표심으로 작용했다는 점도 주지의 사실이다.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재상(宰相)이자 달변가로 유명한 안자(晏子)의 일화에서 유래된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지면 관계상 그 일화를 옮기지 못해 아쉽지만, 이 고사는 ‘강남의 귤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뜻의 ‘남귤북지(南橘北枳)’와 같은 맥락이다.

즉, 사람은 환경적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로 자주 인용된다. 6.13선거 당선자들이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당선자 자신의 역량과 자질, 공약 등이 유권자들의 선택을 이끌어냈다는 데 이견을 달지는 않겠다. 단지 자신이 속한 ‘정치적 환경’이 작용했음을 인지해야 한다. 그렇다고 이번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민주당이 자유한국당이나 다른 야당에 비해 ‘토질(土質)’이 좋다는 평가는 분명 아니다.

대내외적인 변수와 정세, 대통령 지지도 등 ‘상황적 여건’이라는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국정전반을 다 잘했다고 평가하고 보내준 성원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는 문 대통령의 겸양적 표현을 모든 여당 당선자들은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시대적 변수든, 환경적 요인이든, 자신의 운세든 그 무엇이든 간에 선거운동기간 동안 애쓴 당선자들에게 축하와 경의를 표한다. 아울러 낙선자들에게도 위로와 격려를 전한다.

‘돈, 명예, 계급, 직함은 장식일 뿐이다. 세상(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벅찬 감정을 가져라.’ 버클리대 심리학과 교수인 대거 켈트너의 저서 ‘선한 권력의 탄생’에서 제시하는 ‘권력에 이르는 5가지 바른 길’의 첫 번째 덕목인 이 문구를 응원의 메시지로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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