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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구시화복문(口是禍福門)

누구보다 말의 위력을 잘 알았던 중국 오나라 명재상 풍도(馮道)은 구시화지문(口是禍之門·입은 재앙이 들어오는 문이고) 설시참신도(舌是斬身刀·혀는 제 몸을 베는 칼이다) 폐구심장설(閉口深藏舌·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어 두면) 안신처처우(安身處處宇·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리라)라며 말조심 하라는 유명한 글을 남겼다.

우리 속담에도 ‘세 치 혀가 몸을 베는 칼’이라는 말이 있다. 혀를 잘못 놀려 큰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허다함을 빗댄 말이다. 사자성어엔 말조심에 관한 내용이 더 많다.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도 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사불급설(駟不及舌),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는 언비천리(言飛千里), 담에도 귀가 달려 있으니 말을 삼가라는 이속우원(耳屬于垣), 땀이 몸속으로 들어갈 수 없듯 한 번 내린 명령은 취소할 수 없다는 호령여한(號令如汗), 나쁜 소문은 세상에 빨리 퍼진다는 악사천리(惡事千里) 등등. 공연히 안 해도 될 쓸데없는 말로 남의 원한을 사거나 원망을 부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들이다.

그러나 어디 말을 안 하고 살 수 있나. 그래서 생겨난 말이 ‘가려서 하라’인가 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를 지키지 못해 낭패 보는 사람 또한 부지기수다. 정치 및 공직에 있는 사람은 더하다. 말 한마디의 잘못으로 평생 쌓아온 부와 명예를 하루 아침에 잃어버리기도 한다.

지방선거 기간 내내 막말논란을 일으켜 자당(自黨) 후보들에게 조차 지원유세를 거부당했던 홍준표 전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마지막으로 막말 한번 하겠다"는 글이 연일 논란이다. 특히 홍 전대표가 거론한 당내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또 다른 막말들을 쏟아내고 있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때문에 존폐기로에 섰다고 까지 평가되는 자유한국당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구시화복문(口是禍福門)이라 했다. 잘못 쓰면 입이 화문이지만 잘 쓰면 복이라는 말이다. 말 한마디가 격려가 되고, 희망이 되고, 감동을 준다는 뜻도 된다. 참패로 물러난 전 당대표의 막말을 보며, 새삼 ‘말의 양날’이 생각난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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