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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건보 보장성 강화’ 선택 문제가 아니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한국의 복지제도가 빠르게 발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사회 곳곳에는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해 죽음을 선택해야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찾아가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 ‘보건복지 통합서비스’, ‘사례관리’ 등 복지 안전망을 촘촘하게 구축하며, 국민의 복지 체감도를 높이고자 하는 제도적 노력이 확대되었다. 특히 읍면동을 중심으로 다양한 복지기관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사회보장협의체를 통해 서비스와 자원을 연계함으로써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주민들의 삶을 지원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이러한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는 가장 큰 어려움은 여전히 의료보장이다. 긴급한 생계비, 돌봄 지원, 주거환경개선, 식사 지원 등은 자원연계를 통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만 의료비는 금액의 크기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큰 질병으로 ‘재난적 의료비’가 발생하거나, 진단을 위한 고가의 검사 비용, 그리고 장기적인 간병비는 한 가구의 경제적인 삶을 파탄내거나, 아니면 치료를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송파 세 모녀 가구도 큰 딸의 만성 질환에 어머니의 실직으로 인한 생활고가 겹치면서 결국 죽음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사회복지 현장 종사자라면 누구나 막대한 의료비에 대해 도움을 줄 수 없는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복지현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사회보장의 확대가 바로 의료비 지원이다.

작년 정부에서는 ‘문재인 케어’를 발표하였다. 의료비 본인부담률을 낮추고 의료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 함으로써, 건강보험 하나로 모든 의료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너무나 반갑고 기쁜 소식이다. 특히, 초음파 보험 급여 적용, 선택 진료비 폐지, 상급 병실료 건강보험 급여 확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시행, 본인부담상한제 강화,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 등을 통해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국민들이 실제적으로 체감할 수 있게 되었다.

건강은 인간에게 일차적인 삶의 조건이다. 특히 현대사회에서 질병과 장애는 노동력의 상실로 이어지고, 이는 빈곤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모든 복지국가에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질병에 대한 사회적 보장체계를 구축해 왔다. 한국도 1963년 의료보험법이 처음 제정되고 1989년 전 국민 의료보험이 시작되었다. 한국 국민이라면 소득수준이나 연령과 상관없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사회보장제도이다. 하지만 여전히 의료비에 대한 국민의 부담은 높다. ‘OECD 건강통계 2017’을 분석한 결과, 경상 의료비 중에서 공공재원의 지출 비중이 OECD 회원국 평균이 72.5%이었다. 반면에 한국은 56.4%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 보장률 또한 63.4%로 OECD 평균인 80%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가계직접부담 비중은 36.8%로 OECD 평균인 20.3%에 견줘 1.8배가량 높았다. 즉, 여전히 국민이 져야 하는 의료비 부담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재인 케어’ 발표 이후 기대만큼이나 다양한 논란과 일부의 갈등도 표출되고 있다. 물론 재원 확보, 비용 부담, 수가체계, 보건의료자원의 정비 등 해결해야할 과제또한 적지 않다. 하지만 한국이 복지국가로 나가기 위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과연 선택의 문제인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현대 기술로 치료할 수 있는 인간의 질병에 대해 단지, 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삶을 포기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한국사회에 복지를 둘러싼 다양한 이슈와 이해갈등이 존재하지만, 적어도 의료보장에 대해서만큼은 사회적 합의가 이미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국민 여론조사 결과들에서도 80% 정도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앞으로도 다양한 논의와 체계적인 정책 설계는 필요하지만,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방향은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되어 져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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