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옹성은 화서문 앞에서 성문을 보호하는 방어시설이며 화성 서북쪽 지역의 출입을 통제하는 곳이다. 이곳의 지리적 측면을 보면 다른 대문(大門)과 달리 산을 끼고 있어 방어 측면에서 매우 유리하다. 또 옹성의 동쪽으로 서북공심돈이라는 강력한 공격시설이 있어 방어력을 높이고 있다.

서옹성의 특징을 다른 옹성과 비교해가면서 살펴보자. 옹성제도는 동·서옹성이 같고 남·북옹성이 같다. 동·서옹성은 옹성문이 없고 옹성 내부의 재료가 벽돌이 아닌 돌로 되어 있는 점이 남·북옹성과 가장 다른 점이다. 동·서옹성의 제도는 같으나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부분이 많이 보인다. 창건 시기 건축설계도는 지금처럼 분화되어 있지 않고 한 장의 간가도(間架圖, 평면도)만 있어 감독관이 현장에서 결정해야 하는 항목이 많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외부에서 미관상으로 보면 현안(懸眼, 성곽 외벽에 수직으로 구멍을 뚫어 성벽 아래에 있는 적을 뜨거운 물이나 기름으로 공격하는 시설)과 타구(여장에서 타와 타 사이에 열린 부분)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곳 화성의 옹성을 제외한 다른 곳에는 현안이 없어 현안과 타구의 위치에 고심이 필요없었을 것이다. 화성의 첫 옹성인 북옹성만 현안과 타구의 위치를 일치시키고 나머지 3개의 옹성은 일치되어 있지 않다. 그 예로 2번째로 만들어진 남옹성은 현안의 개수를 줄이면서 현안과 타구가 불규칙하게 배치되어 미관상 보기가 좋지 않았다. 그런데 서옹성은 외부여장이 평여장으로 타구를 별도로 만들지 않아 현안과 타구의 위치가 불일치된 것이 눈에 띄지 않게 처리하는 고도의 설계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옹성의 외부 여장이 총안이 있는 평여장으로 된 곳은 서옹성 이외에 고창읍성과 당진의 면천읍성에도 보인다. 고창과 면천읍성의 옹성이 먼저인지 서옹성이 먼저인지는 알 수 없지만 화성의 사례로 볼 때 서옹성의 장점이 퍼져나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총안이 있는 평여장은 성가퀴 사이의 타구 상부를 연결하여 평여장처럼 만들었다. 기존의 성가퀴를 한 층 발전시킨 이 양식 즉 타구에 지붕이 있는 모습은 지붕으로 방어력이 높아지고 유지관리도 좋게 만드는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새로운 양식을 만들어낸 사람은 바로 화성축성의 초장기부터 준공 때까지 참여하여 누구보다도 화성에 대해 잘 알고 있던 군수(종4품) 출신의 조운상(趙雲祥)이다. 조운상은 화성축성이 시작되기 이전 채석장에 감독관으로 투입되어 남수문, 북성, 서장대, 서노대, 북포루, 서성, 남서성, 서암문 등을 감독하였다. 조운상은 감독을 하면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지만, 정조의 측근 출신으로 자부심과 당당함으로 제도를 발전시켜 나간다. 서장대 근처에는 여러 시설이 있는데 아주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제도들이 보인다. 서암문을 보면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듯이 꺾어서 나가게 되어 있는데 방어에 아주 유리하다. 또 서장대의 서쪽 성벽을 보면 여장이 아닌 성벽에 많은 수의 근총안이 있다. 성벽에 뚫어 총안을 만든 곳은 이곳밖에 없어 아주 독자적인 시설이다. 이처럼 조운상이 감독한 시설들은 특별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축성 후반기 설계변경으로 새로운 시설들이 추가되고 벽돌의 사용량도 많아지면서 공사비가 예상보다 많이 들어가게 되었다. 이로써 경제적인 축성을 하고자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그 대안으로 가성비(價性比)가 낮은 현안(모든 부재가 모양이 달라 제작에 많은 비용 발생)의 개수를 줄이는 방안을 선택할 수밖에 없어 앞의 문제가 발생되었다. 이로써 감독관 조운상이 건축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고 서옹성의 외부여장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본다. 현재 서옹성 서쪽으로 자동차도로가 나있어 화서문과 서웅성의 통로를 잘 이용하지 않는다. 문화재는 모양만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되어야 함으로 경관을 해치는 현 도로를 폐쇄하고 성곽이 복원되어 옹성을 통해 성안으로 진입하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