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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유행공화국과 개성시대의 지방자치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내용보다 제목이 주는 메시지가 강렬하다. 우리는 옆집 아이 공부 잘하는 것이 샘나서 우리 애도 억지로 공부시켜 명문학교에 보내야 직성이 풀린다. 이를 악물고 일해서 나도 남들처럼 부자가 돼야 한다. “배 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참을 수 없다”고 한다. 이런 시기와 질투는 우리나라를 세계 10위권의 부강한 나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우리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과 비교해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훨씬 빠르다고 한다. 남들이 바꾸면 나도 산다고 하는 유행에 민감한 성향은 우리 스마트폰을 비롯한 가전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여 주었다. 인구가 5천만 명밖에 안되지만 새로운 제품을 계속 시도할 수 있어서다. 강남일대가 화장품이나 핸드백 등 명품들의 세계적 시제품 시장이란 이야기도 있다. ‘유행공화국’이란 말이 어울린다. 그런데 이런 성향은 장점이자 곧 약점일 수 있다. 최근 세계적 추세가 대량생산 대량소비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의 개성시대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단순히 다른 기업을 따라가는 기업은 곧 도태되고 만다. 우리는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창의적 사고를 강조해 왔지만 실제 교육현장은 거리가 멀다. 이런 성향은 창의적 사고를 방해하고,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어렵게 한다.



유행에 민감한 성향은 21세기 개성시대에 안 어울려

우리는 정치 분야에서 지나치게 분위기를 타는 경향이 있다. 특히 지방선거는 더욱 그렇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제1당인 한나라당은 시·도지사 16명 중 12명, 기초단체장 230명 중 155명을 당선시켰다. 서울의 경우 25개 구청장을 독식했다. 광역의원 79%, 기초의원 75%를 차지했다. 이 정도면 지방자치가 아니라 관선시대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7곳 중 14명, 기초단체장 226곳 중 151명을 당선시켰다. 비례대표를 포함한 광역의원 선거에서도 824석 가운데 652석을 차지했고, 기초의원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거에서도 각각 55%, 62%를 차지했다. 단체장을 석권하는 것은 확실히 맡긴 후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있으니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단체장을 견제해야 하는 의회는 다르다. 수도권만 보면 지역구 의원의 경우 여당과 제1야당이, 서울 97:3, 경기 128:1, 인천 32:1이다. 더불어민주당만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어서, 선거에 의한 1당 체제가 되었다. 교섭단체가 하나밖에 없는 의회는 기형이다. 이러면 여당의 독주를 막을 수 없다. 모든 정책은 단점도 있고, 불리해지는 사람들도 있게 마련인데, 그런 소수의 목소리는 전무해진다. 여당 스스로도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그 정책의 단점을 모른 채 그냥 밀어붙이는 결과가 된다.



분산선거와 지방정당 등 제도적 보완을 고민할 때

이번 선거에서 신상문제 외에 논란이 된 정책이 별로 없다. 그저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의 연장일 뿐이라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다. 지방자치는 그 지방의 개성에 따라 주민이 스스로의 부담으로 살림을 하는 것이다. 지난 3월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안을 ‘지방분권 개헌’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무색하다. 그런데 이 결과를 유행을 좋아하는 국민성 탓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제도적 측면도 크다. 개헌이 아니라도 법률개정으로도 대부분 개선할 수 있다. 우선 일시에 모든 단체장과 의회가 바뀌는 총선거주의를 포기해야 한다. 선거비용은 더 들 수 있겠지만 관선시대의 회귀보다는 낫다. 근본적으로 선거제도나 시기를 지역별로 정하게 해야 한다. ‘연방제에 준한 지방자치’란 바로 그런 것이다. 또 의회는 일부분씩 나누어 선거해야 한다. 보궐선거의 당선자는 새로 임기를 시작하게 함으로써 분산투표를 유도한다. 그래야 선거에서 지역문제가 이슈가 될 것이다. 또 전국정당만을 허용하는 정당법을 바꿔 특정 지역에서만 활동하는 지역정당도 허용해야 한다.

좌파와 우파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공존의 문제이듯이, 지역의 정치와 중앙의 정치도 공존해야 한다. 말로만 지방분권을 외치지 말고, 또 모든 것을 유권자 탓만 하지 말고, 여야를 떠나 머리를 맞대고 제도적 보완을 고민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다음 선거가 다가오면 제도적 개선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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