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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아이와 도서관에 가자

 

 

 

 

 

어릴 적에 도서관에 갔던 기억이 있다. 중학교에 막 들어가서 동네 형을 따라갔다. 남산 시립도서관이다. 그곳에서 윤동주의 ‘별 헤는 밤’에 빠졌고, 심훈의 ‘상록수’를 만났다. 그동안 위인전만 읽었는데, 새로운 삶을 만나는 경험이었다.

일요일이면 버스를 타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이용료는 10원이었지만, 막상 들어가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들어갔다. 공부하러 갔지만 오히려 책에 빠져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늦게 도착하는 날은 오전 내내 줄을 서는 것으로 다 보냈다. 그래도 남산에 사는 나무들을 보면서 기다리는 시간도 즐거움이 됐다.

그때는 주변에 도서관이 없었다. 정독도서관도 없던 때였다. 지금은 학교는 물론 10분만 걸으면 동네 도서관이 있다. 화려한 시설과 새 책 냄새가 넘쳐난다. 내가 사는 수원만 해도 무려 19개나 된다. 2010년 8개였는데 두 배 이상 늘었다.

주변에 이렇게 도서관이 많은데, 정작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4명이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통계(2017년 국민 독서 실태조사)다. 일반 도서를 1권 이상 읽은 사람의 비율인 독서율은 성인 59.9%라고 한다. 이는 1994년 조사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다. 성인은 일(32.2%) 때문에 학생은 학원(29.1%) 때문이라는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휴대전화와 인터넷 게임 때문에 책을 읽지 않는다는 통계가 뒤따랐다. 결국 일과 휴대전화 등이 책을 읽는 걸림돌이 된다.

일과 휴대 전화에 매달려 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피로가 동시에 올 수 있다. 이 결과는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과로와 피로로 인한 스트레스의 결과는 생각보다 참담하다. 삶의 질을 낮추고, 삶 자체를 회색빛으로 만든다. 스트레스에 의해 병들고 빨리 늙어가면서 일생이 암울하다.

현대인의 숙명이라고 할 수 있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삶의 지혜가 필요하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독서가 하나의 방법이다. 2009년도에 영국 서섹스대학교 인지신경심리학 전공 데이비드 루이스 박사팀이 ‘독서와 스트레스’의 관련성에 대해서 연구를 했다. 루이스 박사는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해소할 수 있는 활동에 대해서 찾아봤다. 독서, 산책, 음악 감상, 비디오 게임 등등 여러 활동들과 스트레스의 관련성을 실험했다. 1위가 독서였다. 단 6분(360초) 정도가 지나면 글자를 눈으로 읽으면서 글의 내용을 받아들이는 뇌와 근육의 상태는 심장 박동수를 낮추고 근육 긴장을 풀어지게 한다는 과학적 증명을 했다.

에너지가 없는 사람은 질병에 노출되고, 성공할 수도 없다. 열심히 일했다면 충분히 휴식하고 여유를 즐겨야 한다. 책 읽기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하지만 지식과 지혜를 쌓는 일이다. 잠시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손끝으로 책장을 넘겨보자. 넘기는 종이의 촉감으로 이내 숨 쉬는 활자들의 행진을 만난다. 먹구름처럼 누르고 있는 근심 걱정도 걷히면서 푸른 바다처럼 펼쳐지는 마음을 연다.

가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 독서란 말이 자주 나온다. 빌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의 도서관이었다’라는 말로 인상적인 독서의 힘을 이야기했다. 나는 인생의 멘토를 소개할 때 감히 책이라고 말한다. 책의 자양분이 그나마 나를 이렇게 키웠다.

가을에만 독서하는 시대는 지났다. 휴일이면 산에 가듯이 도서관에 가는 것은 어떨까. 매일 가지는 못해도 비 오는 날이면, 미세 먼지가 많으면, 휴일 나들이 차량이 많으면, 그런 날이라도 도서관으로 가자. 휴댄 전화와 이별하고 아이와 함께 책을 읽자. 책을 읽으면 시루에 콩나물 자라듯 지혜가 큰다. 책 속의 말의 광합성을 받자. 그 말은 소란스럽지 않게 나를 키울 것이다. 아이를 멋진 나무처럼 키우고 싶다면, 가까운 도서관에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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