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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는 인류가 재배한 가장 오래된 작물 중 하나다. 대체로 지금부터 약 1만 년 전에 재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성서를 보면 구약시대에도 보리가 나온다. 로마시대에는 검투사들이 힘을 기르기 위해 보리를 즐겨 먹었다. 그리고 이런 검투사들을 ‘보리먹는 사람’이라는 뜻을 지닌 호르데아리(Hordearii) 불렀다. 검투사들의 별칭이 알려주듯 격한 몸싸움을 하는 이들은 고기가 아닌 보리를 먹었으며, 부족한 영양분은 콩으로 대체함으로서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

몇해 전 일본의 한 연구소는 보리의 효능에 대해 재미있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쌀만 먹인 쥐는 54분동안 680m를 달렸고 보리를 함께 먹인 쥐는 66분동안 825m를 달렸다. 기록에서 보면 두 번째 쥐가 20%정도 스테미너 증진효과를 냈다.”는 내용이다. 연구소는 이를 바탕으로 보리가 지구력을 올려주는 효능이 있다며 로마인들은 일찍이 이를 검투사들에게 적용한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보리의 영양학적 가치는 그동안 과학적으로 수없이 검증됐다. 동의보감에도 보리의 영양은 오곡지장(五穀之長), 즉 쌀 보리 조 콩 기장 중 으뜸이라 기록되어 있다.성인병 및 암 예방에 좋은 베타클루칸, 식이섬유, 비타민B,기능성 아미노산이 다량으로 들어있다. 특히 아라비노자일란 성분은 장을 튼튼하게 해주고 대장암 예방 효과가 뛰어나다.

이런 보리를 대하면 먹고 살기 어려웠던 시절을 의미하는 ‘보릿고개’라는 말도 아련히 생각난다. 보릿고개는 저장해 놓은 식량이 다 떨어지고 대체식량인 보리는 아직 수확하기 이른 시기를 말한다. 이처럼 1960년대까지만 해도 보리는 쌀 대용 필수곡물이었다. 때문에 만약 보리가 없었다면 아마 오늘의 대한민국도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힘들었던 시기에 보리는 곧 희망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요즘은 보리가 너무 많이 생산돼서 탈이라고 한다. 해마다 줄던 재배면적이 3년전에 비해 40% 이상 늘어나 수확기인 요즘 보리가 남아돌아서다. 가격도폭락했다. 주요한 식량으로 대접받던 보리가 어느새 애물단지로 전락한 ‘신 보릿고개’ 시대, 관련부처의 슬기로운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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