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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JP의 은유와 직설

“국회의원으로 9번이나 선출됐고 4개의 정당을 만들었으며 총리를 두 번이나 맡은 최초의 인물”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에게 붙은 수식어는 많다. ‘풍운의 정치인’도 그중의 하나다.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정치계를 풍미한 JP의 인생여정을 한마디로 집약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는 거물급 정치인답게 상황이나 자신의 심정을 함축적으로 잘 표현한 촌철살인의 달인 이었다. 때문에 그의 뒤에는 항상 능변가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녔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거동이 불편할 때도 변함이 없었다. 특히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졌을 때도 그랬다. 그는 당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하야(下野) 죽어도 안 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소용없다. 5000만 국민이 달려들어서 내려오라고 해도 거기 앉아 있을 것”이라고 예견해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의 이른바 ‘뼈있는 말’의 시작은 60년대 초 부터다. 63년 권력의 중심에 있던 그가 4대 의혹 사건과 관련. 외유에 나가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떠난다”고 말한 것이 그 것이다. 이밖에도 그의 은유와 직설은 수없이 많다. 모두 정치권과 세태를 향한 분노를 담고 있는 것들이다. 또 내용 속엔 못다 이룬 꿈에 대한 아쉬움도 가끔 섞어내기도 했다. 2001년 후배들이 ‘서산에 지는 해’라고 발언하자 “마무리할 때 서쪽 하늘이 황혼으로 벌겋게 물들어갔으면 하는 과욕이 남았을 뿐 아직 할일이 남았다”고 응 수 한게 대표적이다.

그런 그가 2004년 “43년간 정계에 몸 담으면서 나름대로 재가 됐다”고 스스로를 평하며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숱한 대권 주자들이 그의 자택을 찾아와 조언을 들었고 그때마다 적극적인 발언을 내놓으며 정치권에 영향력을 끼쳤다.

최근까지 “국민에게 나눠주는 게 정치인의 희생정신이다. 정치인이 열매를 따먹으려하면 교도소밖에 갈 일이 없다”며 후배 정치인에게 쓴 소리를 하며 노익장을 과시했던 그가 92세를 일기로 23일 세상을 떠났다. 한국정치사에 큰 족적을 남기고. 명복을 빈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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