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아침시산책]행복전도사

행복전도사

/김재홍

장애를 가진 12살 아들을 홀로 남기고

52살 일용 노동자 윤모 씨가 자살을 했다

여의도 공원에서 목을 맨 그는

그 전에 소주 한 병을 벌컥 들이키고

새벽 찬 공기를 한 모금 마셨을 것이다

폭행과 절도를 포함해 전과만

10건이나 되는 그는

‘아들이 나 때문에 못 받는 게 있다’며

‘죽으면 동사무소 분들이 혜택을

받게 해 달라’며

한 생애를 소리 없이 지웠다



다음 날 저녁 방송인 겸 작가

최윤희 씨 부부가

여관방에서 서로 자살을 했다

그녀는 2년 전부터 여기저기 몸에서

경계경보가 울렸고

입원 퇴원 반복하면서 많이 지쳤고

폐에 물이 차서 숨쉬기 힘들었으며

700여 가지 통증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여러 방송을 통해 행복 전도사가 되었으나

‘완전 건장한 남편은 저 때문에

동반 여행을 떠난다’고 함으로써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뭇사람들에게

행복은 전도체가 아님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담담하게 써내려간 이 시 앞에서 참 부끄럽다. 거창하게 시대가 보이고 사람이 보인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나 자신이 보여서 부끄럽기 때문이다. 말만 무성하게 했던 자신, 그 말조차도 입으로만 했었다. 행복을 말하고 행복을 전하면 행복할 줄 알았으나 사실은 행복을 말하면서 행복하다고 착각을 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말과 행복은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어서 행복은 말로 구현하는 것도 아니고 행복은 말로 전달하는 것도 아니다. 행복은 행복이라는 말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요, 행복하라는 권유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다. 그저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조용히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행복을 말하면 말할수록 행복하지 않다는 역설이 있다. 행복을 전하려고 하면 할수록 불행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내가 행복하면 행복을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요, 행복이 필요하면 필요한 행복을 위해서 할 수 있는 행동을 하면 된다. 말과 죽음 앞에서 행복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는 생의 오후. 섣부른 행복을 말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불행한 것인지를 깨닫는다. 그래서 결심한다. 잊지 않기로 한다. “행복은 전도체가 아님을”! /이종섶 시인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