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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문학]월드컵 16강을 위한 도파민 축구

 

“국가 전체의 교육과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한국의 축구는 앞으로 16강 이상을 하기 어렵다” 이는 4년 전 필자가 경남 김해에서 공부법 강의를 하면서 예측했던 사실이다. 그런데 월드컵 4강에 오르면 병역을 면제해준다는 보도를 듣고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도 운동도 보상과 연결되면 행위 자체를 즐기는 호르몬이 약해지는데 결과에 집착하면 나쁜 결과에 대한 공포가 전두엽의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이후 전두엽의 판단과 중뇌의 감각 그리고 소뇌의 동작과 간뇌와 심장의 영감이 어긋나기 시작한다. 결과가 중요한 프로정신은 과정을 즐기는 아마추어정신과 비교하여 가장 소중한 것을 잃게 되는데 그것은 두뇌와 근육의 동작을 이어주는 도파민 호르몬이다.

물론 어느 정도 기본기가 있다는 전제하에 어떠한 정신으로 뛰느냐의 상황이지만, 경기나 입시면접 같은 창의력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특정 결과 이후에 잃을 것들이 생각나면 실전 과정상의 몰입을 방해하고 창의력을 갉아먹는다. 또 슛의 정확성과 답변의 적확성을 떨어뜨린다. 처음 들은 돌발질문과 압박면접을 돌파하는 것은 축구에서 의외의 패스를 차단하거나 페널티킥의 방향을 예상하거나 압박수비를 돌파하는 것과 같다.

소뇌가 더욱 활성화되고 도파민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차이는 있다. 운동은 지적인 사고보다 도파민을 더 요구하는데, 두뇌에서 근육운동 명령물질로써 도파민을 쓰기 때문이다. 그래서 몸을 자기 뜻대로 정확히 움직이려면 도파민 작용이 좋아야 한다. 도파민은 아마추어정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어떤 행위가 돈, 군면제 같은 보상을 바라서가 아닌 행위과정을 즐겨야 도파민은 계속해서 풍부해지는 선순환 반응을 한다.

아이슬란드 축구감독과 대부분의 선수들은 16강을 망쳐도 실직위기가 없다. 치과의사로 돌아가거나 영상제작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축구에 대한 아마추어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 그야말로 실전을 연습처럼, 축구를 한다는 과정을 즐기기에 매우 좋은 조건이다. 이때 도파민은 두뇌와 근육을 가장 효율적으로 연결하며 수비와 패스의 정확도를 끌어올린다. 도파민이 많아지면 체력유지에도 유리하다.

그러나 한국의 감독과 선수들은 사정이 다르다. 우리 축구대표들은 실전을 연습처럼 즐기기에는 너무나 많은 축구 사교육을 받았으며 부모의 투자에 대한 부채의식이 있고 월드컵에서 더 잘해야 훨씬 많은 보상이 주어진다는 기대심이 있다. 이런 심리로는 걱정과 공포의 호르몬이 도파민 생산 총량을 줄인다. 수비와 패스에서 정확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실컷 즐기는 축구가 아닌 마음 졸이는 축구가 된다.

실컷 즐기게 된다면 신발도 가벼워지고 몸도 가벼워진다. 지치기보다는 후반부로 가면서 더 뛰게 된다. 아이슬란드 축구의 아마추어정신과 도파민에 메시도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전에 메시에 대한 칭찬을 들었다. 그는 드리블과 슛을 날릴 때까지 골대를 보지 않고 공과 수비수의 발을 본다는 것이다. 왜 그는 긴 드리블 중 고개 들어 골대를 보지 않을까?

핵심은 공간지각능력이다. 공을 잡은 지점이 두뇌에 입력되면 자신이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움직였는지 자동파악이 된다. 더 이상 수비수의 발이 보이지 않고 골키퍼의 발을 흘깃 보고 슛을 하면 골대 구석에 공이 박힌다. 공간지각능력이 몸으로 오면 신체이해지능이 된다. 자기 발의 각도와 달려오던 스피드, 골키퍼 위치를 파악하여 공을 잘 차는 지능은 ‘공간지각능력+신체이해지능’이다. 이 두 지능은 도파민이 많이 나올수록 훨씬 더 좋아진다.

일찍이 공자는 ‘락지자(樂之者)’가 천하무적이라 했다. 즐기는 자는 공부에서도 운동에서도 최상의 고수가 된다. 한국의 교육과 문화는 과정을 즐길 수 있도록 혁명해야 한다. 예체능을 즐기는 문화적 복지가 저변에 깔린 이후 본인은 축구선수가 될 맘이 없으나 축구가 너무 좋아서 그만둘 수 없는 고수들이 등장해야 한다. 축구 사교육으로 아이슬란드의 기적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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