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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마을이 변하면 사람도 변한다

 

최근 복지실천에도 변화가 있다. 복지는 항상 시혜적이고 자선적인 경우가 많았는데, ‘주민 주도, 마을공동체 중심’ 실천이 주목받고 있다. 영구임대단지 내 복지관은 전국에 200개, 경기도에 26개 정도가 있으며 영구임대단지에는 독거노인, 장애인세대, 탈북주민 등 취약계층이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다. 주변 지역과 교류가 없이 섬처럼 존재하고, 혜택을 받기 위해 주민 간 경쟁과 갈등이 심하고 공동체가 깨지고 낙인 또한 심한 곳이다. 많은 주민이 일하지 않는 수급자이고 낮부터 술을 마시거나 배회하다가 노름이나 싸움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는 공간이다. 하안종합사회복지관이 위치한 광명시 하안 13단지도 과거 그런 공간이었다.

복지관은 취약계층 주민들을 위해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주민은 그냥 이용자이고 수혜자였다. 사회복지사가 제공하는 일방적인 서비스이고 사후치료적 실천이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아무리 많은 양의 복지서비스를 제공해도 개인들의 변화가 크게 없었고 마을의 근본적인 변화도 없었다. 복지실천에 대한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변화가 필요했는데, ‘도시재생’과 유사하게 ‘마을재생(regeneration)’관점을 적용해봤다. 영구임대단지 내 문제를 개인문제가 아닌 마을문제로 보고 물리적인 환경이나 마을생태계라는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봤다. 사회복지사나 주민 대표 몇 명이 아니라 마을 전체가 참여했고, 취약계층 주민이 수혜자가 아니고 마을 변화의 주체적인 주민(主民)이 되었다.

10년 이상의 방치로 유리창이 깨져 마을의 부정적 상징이 강한 공간이었던 단지 내 방범초소를 문화사랑방으로 탈바꿈시키고 주변을 정원으로 탈바꿈하고 벽화도 그리니 사람들의 인식도 함께 변화되어 갔다. 도박과 알코올 중독으로 손가락질받던 주민들은 그 정원을 가꾸었고, 마을을 배회하던 정신장애인들은 음주문화나 도박문화가 아니라 공원에 매일 운동기구를 펼쳐내 건강한 마을문화를 만들어 냈다. 문화사랑방은 재능을 가진 주민이 마을 선생님이 되어서 다른 주민들에게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공유 공간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마을해설사가 ‘마을 5경’이라는 스토리로 만들어 내 전국의 지역 활동가와 주민들의 탐방 명소가 되었다. 이런 변화는 최근 추진되는 공공의 복지전달체계 혁신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변화가 마을 전체로 파급되어 ‘시(詩)가 있는 거리’나 ‘야생화가 있는 마을’ 등 다양한 ‘마을재생’이 주민 주도로 진행되었다. 마을 환경이 변화되니 사람들의 마음도 차츰 열리고 치유되기 시작했고 알코올 중독 주민들도 술을 끊는 변화가 생겨났다. 복지관의 사회복지사들은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건강한 마을 생태계를 조성하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로 취약계층 주민들의 개인적인 복지 문제가 해결되었고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었으며 주민들의 역량이 커지는 변화도 생겼다. 긍정적인 마을의 변화가 개인의 변화를 끌어내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사회적 약자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영구임대단지는 그간 많은 빈곤 문화로 인해 상처 난 공간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복지관을 중심으로 마을공동체 활동이 이 공간에서 활발해지면서 새 살이 돋아 인간다운 마을로 재생(再生)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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