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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저는 여러분의 동지입니다

 

가장 무서운 적은 내부에 있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그랬다.

이 역사의 시작은 BC 44년 4월 13일이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 시이저(Gaius Julius Caesar, BC 100~44)의 독재가 계속되자 공화정이 파괴되는 것을 걱정한 정치인들이 원로원 폼페이우스의 상(像) 아래에서 각자 단검을 들고 그를 둘러쌓다.

최초의 일격은 원로원 의원인 카스카였다. 이어 23개의 단검이 차례로 상처를 냈다. 시이저는 신음 소리만을 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의 숨을 끊은 것은 자식처럼 사랑했던 브루투스(Marcus Junius Brutus, BC 85~42)였다. 그때 시이저가 뱉은 한마디, “브루투스 너마저도”다. 그 후 배신당한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로 전해진다.

가까이에는 박정희와 김재규가 있겠다. 애증이 넘나들었거나 역사적 대의였거나, 아무튼 박은 김의 총탄에 오랜 독재를 안고 역사 속으로 투신했다. 그 세력의 중심에 있던 영원한 2인자가 얼마전 세상을 떠났다. 아류 정치인들을 이런저런 명목으로 그를 기리겠다고, 혹시나 적자라는 인증이라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꼼수로 기웃기웃 거린다고 한다. 정치라는 아편에 취한 이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누구나 공과(功過)가 있다고. 무엇이 공이고 과인지 범부인 나는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권력이라는 망나니 칼로 거침없이 앗아간 사람들은 공과가 없어 아무말도 못하고 이슬이 됐을까. 전가의 보도로 권력을 휘두르던, 그리고 그 졸개를 자청하고 나서는 이들의 그 끝이 궁금하다.

이와 달리 억압받는 사람들의 해방을 위해 삶을 소진한 사람이 있다.

2017년부터 전세계적으로 몰아친,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총을 든 예수’라 불렸던 ‘체 게바라(Che Guevara/Ernesto Guevara de la Serna)’다.

1928년 6월 14일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1967년 10월 9일, 39세로 세상을 떠난 정치혁명가. 총을 든 의사.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 혁명을 성공하고도 혁명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결국 카스트로를 떠나 제3세계 혁명을 도모하다 사살된 비운의 정치가, 성공한 혁명가.

선지자는 자신의 운명을 안다고 했던가. 그는 이런 시를 남긴다.

‘지금까지/나는 나의 동지들 때문에 눈물을 흘렸지/결코 적들 때문에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오늘 다시 이 총대를 적시며 흐르는 눈물은/어쩌면 내가 동지들을 위해 흘리는 마지막 눈물이 될지도 모른다/우리는 그 멀고 험한 길을 함께 걸어왔고/또 앞으로도 함께 걸어갈 것을 맹세했었다/하지만/그 맹세가 하나둘씩 무너져갈 때마다/나는 치밀어 오르는 배신감보다도/차라리 가슴 저미는 슬픔을 느꼈다/(…)/비록 그대들이 떠나 어느 자리에 있든/이 하나만은 꼭 약속해다오/그대들이 한때 신처럼 경배했던 민중들에게/한줌도 안 되는 독재와 제국주의 착취자처럼/거꾸로 칼끝을 겨누는 일만은 없게 해다오/그대들 스스로를 비참하게는 하지 말아다오/(…)(‘먼 저편 - 미래의 착취자가 될지도 모를 동지들에게’).’

6·25 한국전쟁 68주년이던 날 SNS에서 이 한줄을 읽고 울었다. 그 마음이 고스란히 각인됐기 때문이다.

‘저는 여러분의 동지입니다.’

‘아무도 날 찾는 이 없는 외로운 이 산장’에서 누구라도 있어 진심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여인이 서러움의 각혈로 내 심장에 뿌린 글, 같았다. 하루가 멍하고, 울컥하고, 분노하고, 뭐 그런 시간이었다. ‘이제 다시 출발’이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장문의 호소는 누가 올렸는지 차라리 모르고 싶었다. 16년만에 진영(陣營)의 승리를 가져왔는데 같은 편인 줄 알았던 ‘동지’들은 여전히 그에게 “너는 육두품” 또는 “불가촉 천민”이라며 ‘진골’과 ‘성골’의 세상에서 함께 할 수 없다는 반응이니, 오죽하랴.

모르겠다, 진골과 성골들이 호시탐탐 육두품(?) 뒤에서 지금도 칼을 겨누고 있는 것은 아닌지.

숱한 전쟁을 치르며 밤 별들에 기대 두고 온 딸아이 얼굴을 떠올리며 외로움을 견딘 체 게바라의 얼굴이 그와 겹쳐진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순간, 이 문장이 동지라고 여겼던 이들에 보내는 마지막 배려(?)가 아닐까, 생각느니,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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