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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슬픔도 오래되면 울울해진다

슬픔도 오래되면 울울해진다

/나호열

견디지 못할 슬픔도 있고

삭지 않은 슬픔도 있지만

슬픔도 오래되면 한 그루의 나무가 된다



가지를 뻗는 슬픔

잎을 내는 슬픔

뿌리가 깊어지는 슬픔



이 모든 상형의 못난 한 그루의 나무가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고

희망이 된다



울진 소광리의 못난 소나무

600년의 고독을 아직도 푸르게 뻗고 있다

 

 

집요한 슬픔이다. 슬픔이 오래 묵으면 “한 그루의 나무가 된다”는 시인의 독백이 가슴을 후빈다. 슬픔이 나무가 되어 가지도 슬픔이고 뿌리도 슬픔이다. 슬픔의 가치화에 집중돼 있는 작품이다. 그러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그 슬픔이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고/희망이 된”다고 시인은 역설로 풀어내고 있다. 슬픔의 내면을 관류하고 있는 것은 절망이지만 그 절망을 건너뛰면 인식은 새로워지고 우리는 희망이라는 파랑새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울진의 못난 소나무는 그렇게 600년을 아직도 푸르게 살고 있다. 아니 살아내고 있다. 아프지만 아프다는 말을 삼키고 살아가는, 위로가 필요한 이웃들이 많다. 그들을 돌아보는 따뜻한 目이 많은 세상에는 분명 파랑새와 희망이 있는 것이다. /이채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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