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고]평양의 ‘산란 종계장’

 

많은 식재료 중 계란은 지구촌 어딜 가나 구할 수 있고, 세계인 누구나 아무런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고, 무엇보다도 부담 없는 가격으로 구할 수 있는 최고의 식재료이다. 계란은 영양 또한 풍부하여 최고의 영양식으로도 손색이 없어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보약 같은 전통 식재료인 것 같다.

1990년대 말 ‘고난의 행군’으로 북한의 형편은 최악이었다. 좀처럼 경제상황이 좋아질 기미가 없음은 물론 많은 아사(餓死)자들이 생겼고, 살아남기 위해 북한을 이탈하는 이가 줄을 이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같은 민족으로서 안타깝기 그지없었던 차에 새마을지도자들은 ‘젖 염소’를 보내 영유아의 영양공급이라도 시키자고 대북지원사업을 시작하였다. 대북지원사업의 방향은 ‘북한농촌현대화 지원사업’으로 정하고 사업을 매개로 인적·물적 교류를 통한 상호신뢰와 이해를 도모하고, 민족화해 및 통일기반을 구축에 기여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정했다. 북한 어린이들의 시급한 영양을 고려하여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영양공급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는데 그 이름이 ‘통일 산란 종계장’ 설치였던 것이다. 모든 물자와 기술은 남한 측에서 제공하고 북한 측에서는 대지와 노동인력을 제공하여 합작형태로 평양시 삼석구역 농업과학원 내에 설치하기로 최종 합의하여 추진하였던 것이다.

‘통일 산란 종계장’의 규모는 농업과학원 내 5천373평을 정비하여 대지를 만들고, 필요 시설은 5개동 557평을 경량조립 형강구조로 뼈대를 만들고 샌드위치 판넬로 건물을 세우는 일이었다. 공사를 위해 국내 12개 업체 참여가 북한을 오가며 3개월만에 공사를 마쳤다. 주요시설로는 1주당 1만9천200수 규모의 부화장을 비롯하여 종계사, 육추사, 육성사, 계분처리장, 발전기실 등을 짓고, 병아리 원원종 4천100수와 어린병아리 사료 21t도 함께 보냈다. 국내 사육규모와는 비교할 수 없는 초라한 규모지만 당시 북한에는 최초의 대형 종계장이었던 것이다.

산란종계는 계란을 낳는 닭을 생산해 내는 종자계 닭인데 종계(병아리)는 한 마리 값이 일반 통닭 값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 우리는 국내에서 종계를 부화시켜 일주일 이내에 평양에 도착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인천항과 남포항을 통해 평양으로의 이송작전은 그야말로 007작전과 같아서 종계가 멀미하지 않게 하고 적당한 온도와 영양을 공급하며 살려 북한에 도착시키는 것이 당시 인도요원들의 주 임무였던 것이다.

최근 남북, 북미회담으로 남북이 화해 모드로 접어들면서 새삼 평양의 ‘통일 산란 종계장’이 무척 궁금해진다. 시설들을 잘 유지되고 있는지? 계란은 생산하고 있는지? 시설은 다른 용도로 전용하지 않았는지? 물론 일정기간 종계와 어린병아리 사료, 약품 등을 지속 지원해야 하는데 중단되었고, 북한 측의 전력사정, 남한 측 기술 인력의 방북중단 등으로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고 있음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만 말이다.

어찌됐든 ‘산란종계장’이 다시금 새마을과의 관계를 어어주는 좋은 매개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쌓은 대북사업 경험과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일거리가 창출되고 새마을의 역할이 주어지길 기대해 본다. 대북지원사업은 미래에 새마을운동의 또 다른 역할영역이기 때문이다. 계란은 생명이자 부활의 상징이다. 이 작은 계란을 통해 북한에는 ‘생명살림’이, 남북간에는 ‘평화나눔’이 다시 부활하는 그 날이 어서 오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