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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는 경영]노블레스 오블리주

 

 

 

최근 사회지도층 인사의 지나친 요구와 권리 주장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한다.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에 대한 고찰과 재조명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오늘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유래와 그 의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은 귀족의 역사가 깊은 유럽에서 생겨났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신분이 높은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도덕적인 책임이나 의무를 뜻하는 프랑스 말이다. Noblesse는 중세 프랑스어 단어인 Noblece가 근대를 거치면서 변화한 것이다. 그 어원은 라틴어에서 고귀함 또는 집정관을 배출한 적이 있는 고귀한 혈통을 지닌 가문을 뜻하는 Nobilis에서 찾을 수 있다. Oblige는 중세 프랑스어 단어 obligier에서 비롯되었다. 그 어원은 라틴어에서 속박이나 의무를 나타내는 Obligare에서 찾을 수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정확한 표기법이 정해져 있지 않아 ‘노블레스 오블리제’ 표기를 많이 사용했으나, 2002년 4월 ‘정부·언론 외래어 심의 공동위원회’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공식적인 표기법을 심의, 결정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칼레의 여섯 시민 에피소드를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기원으로 알고 있다. 14세기 백년전쟁이 발발하자 영국과 가장 가까운 프랑스의 항구도시 칼레는 영국군의 집중 공격을 받는다. 프랑스의 칼레 사람들은 시민군을 조직해 맞서 싸웠지만,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식량이 고갈되어, 끝내 항복하고 만다. 영국 왕 에드워드 3세는 칼레 시민 전체의 목숨을 대신할 여섯 명의 사람을 요구했고, 모두가 머뭇거리는 상황에서 가장 부자인 ‘외스타슈 드 생 피에르(Eustache de St Pierre)’가 처형을 자청하였고 이어서 시장, 상인, 법률가 등의 귀족들도 처형에 동참한다. 그러나 임신한 왕비의 간청을 들은 영국 왕 에드워드 3세는 죽음을 자처했던 시민 여섯 명의 희생정신에 감복하여 살려주게 된다. 이 여섯 명의 고귀한 영웅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기원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기원은 따로 있다. Noblesse Oblige라는 표현은 프랑스 현대 문학의 거장으로서 사실주의를 상징하는 극작가, 오느레 드 발자크(Honore de Balzac)가 자신의 소설 ‘골짜기의 백합(Le Lys dans la vallee)’에서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1836년에 발표된 ‘골짜기의 백합’은 두 남녀의 숙명적인 비극을 낭만주의적 서정으로 그려 낸 플라토닉한 연애소설이자,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표현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사회적 성격의 소설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표현은 1836년에야 등장하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사례는 고대 로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 로마사회에서는 고위층의 공공봉사와 기부헌납의 전통이 강했고, 이러한 행위가 의무이자 명예로 인식되어 있었다. 특히 귀족 등 고위층의 전쟁참여 전통은 확고해서 건국 이후 500년 동안 원로원에서 귀족이 차지하는 비중이 15분의 1로 급격히 줄어든 것도 계속되는 전쟁에서 귀족들이 많이 희생되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1·2차 세계대전 때는 영국 지도층 자녀들이 수천 명이나 전쟁터로 나가 목숨을 잃었고, 엘리자베스 여왕의 아들인 앤드루 왕자는 포클랜드 전쟁에 헬기 조종사로 참전하기도 하였다. 영국의 이튼스쿨에 가보면 교정이 바로 무덤이다. 나라를 위해 의무를 다하다 죽은 졸업생들의 시신이 그 교정에 묻혀있는 것이다. 1·2차 세계 대전에서 사망한 이튼스쿨 졸업생이 비공식기록으로 대략 5천여 명이라고 한다.

이러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가장 큰 특징은 자발성과 도덕성에 기초한다는 것이다. 보다 더 건강하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도덕과 윤리에 기반한 사회지도층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한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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