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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상품 배송 중입니다

 

 

 

우체국에서 상품 배송 중이라는 알림문자가 왔다. 주문한 물건이 없는데 무엇일까 궁금했다. 퇴근 후 현관 앞에 커다란 상자가 놓여있었고 살펴보니 진주에 사는 동생이 보낸 양파즙이다. 뜻밖의 선물이라 고맙다. 고맙다는 인사와 다음엔 내가 내려서 같이 나눠먹자며 통화를 하고나니 마음의 훈훈하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택배회사가 있어 어디든 제품을 배송해주기도 하지만 인터넷상에서 선물도 주고받는다. 며칠 전 딸아이의 생일이었다. 케이크와 선물이 모바일로 배달되었다. 커피도 왔고 아이스크림도 왔다. 젊은이들이라 그런지 생일선물도 다양하고 뜻밖에 선물도 있다.

한 친구는 수박을 보냈다. 전남 영암에서 택배로 도착한 수박 한 덩이를 보고 얼마나 우습고 재미있던지 한참을 웃었다. 큰 쟁반에 수박을 놓고 칼을 대는 순간 수박이 몸을 활짝 연다. 당도가 높아 맛이 좋았다.

수박을 생일 선물로 보낸 사람은 처음이라며 웃고 떠들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지만 한쪽으론 씁쓸한 생각도 든다. 생일이거나 축하할 일이 생기면 서로 만나서 얼굴 보며 커피를 마시든 소주를 한잔 하든 하면서 마음 나누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하면서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다르다.

선물도 모바일로, 축하도 모바일로 한다. 뿐만 아니라 말보다는 문자로 소통한다. 서로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고 문화차이이기도 하지만 기성세대에서 보면 이해불가 소통불가일 때가 종종 있다. 모바일로 온 선물이 맘에 들지 않으면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으로 바꿀 수도 있고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어 오히려 합리적일 수 있다는 그 정서도 낯설다.

무엇보다 서로 바쁜 시간 낭비하지 않고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으니 편하다고 한다. 그럴 수도 있다. 편리하자 치면 이보다 더 편한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식사 대접할 일이 생기면 식사권으로 대신 선물하면 된다는 생각이 우리를, 아니 세상을 더 각박하고 이기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급격한 사회적 변화의 요인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택배다. 택배가 활성화되면서 쇼핑 문화도 달라졌다. 대부분의 상품을 집에서 주문하고 받을 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한가. 마트에 갈 필요도 없고 발품 팔아 시장조사를 할 필요도 없다. 인터넷상에서 같은 제품을 최저가로 판매하는 곳을 검색하면 한 눈에 비교하면서 구매할 수 있다.

간혹 불량업자가 있어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고 상품에 하자가 있어도 반품이나 교환이 어려워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보게 된다. 상품을 직접 보지 않고 거래하는 만큼 서로간의 신뢰와 신용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검증된 사이트에서 거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과 그들의 틈새를 공략하며 매출을 올리는 인터넷상의 거래들 그리고 문화의 세대교체 속에서 장년층은 헤매고 있다. 제품을 구매하려해도 회원가입해라, 인증해라 또 뭐해라 요구하지만 익숙하지 않는 기계들과 싸우다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가끔은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로 사는 것도 좋고 택배가 아닌 보따리 싸들고 자식이나 친구를 방문해도 좋을 일이다. 만나 회포도 풀고 세상살이 푸념도 늘어놓으며 하루가 다르게 변화는 세상에서 조금은 물러서도 좋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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