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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주민들이 만든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

여성으로서 우리나라 최초 서양화 개인전을 연 화가 나혜석을 기리기 위한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붉은 꽃은 피고 지고 다시 피다’ 행사가 6일부터 8일까지 수원시 성안 마을인 행궁동 일대에서 열렸다. 이곳은 나혜석의 출생지다. 수원군 수원면 신풍리(新豊里) 291번지, 현재의 행궁동(신풍동) 화령전 옆이다. 이곳에서 수원삼일여학교(현 매향중)에 다녔고 게다가 1929년 9월 13~14일 수원포교당에서 개인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의 그림에서 서호, 화령전 작약, 수원천 수문 등 수원의 풍경을 볼 수 있다.

시집 ‘국경의 밤’을 펴낸 시인 김동환에게 보낸 엽서에 고향 수원은 가는 곳마다 그림을 그릴 만한 곳이라고 했다. 로마성과 비교하면서 화성이 보다 로맨틱하다고 썼을 정도다. 고향 수원과 화성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음을 엿볼 수 있다. 김우영과 이혼하고 나서는 다시 수원으로 돌아와 태장면 지리 557번지(현 팔달구 지동 385번지, 못골시장 내)에 자리를 잡고 그림을 그리면서 글도 썼다.

예술가로, 독립운동가, 여성 선각자로 치열한 삶을 살았던 나혜석이 수원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그동안 나혜석 관련 연구나 사업이 몇몇 예술가나 지식인, 여성계의 주도로 이루어졌음에 비해 나혜석이 태어난 동네 주민들이 앞장서서 축제를 기획하고 운영해간다는 것이 특이하다. 벌써 10년째다. 이번 행사는 나혜석을 조명한 관련 도서전 ‘나혜석을 읽다’와 ‘정월 나혜석 이야기’ ‘골든벨 나혜석을 따라 걸으며 퀴즈풀기’ ‘나혜석 글 낭독회’ ‘체험프로그램’ ‘아카이브, 마을축제 10년을 기록하다’ 등의 다채로운 행사가 행궁동 주변 곳곳에서 열렸다. 이 중 문학인의 집 2층에서 열린 아카이브전은 기록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한 전시회였다. 주민과 지역예술인들이 어떻게 고민하며 함께 노력해왔는지 발자취를 알 수 있었다.

행사운영위원장 조이화 씨는 행궁동에서 2대에 걸쳐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인데 6일 개막식 때 이 행사가 나혜석 선생을 재인식하고 재평가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앞으로 나혜석기념관 건립, 인계동 나혜석거리 명칭을 이곳 행궁동으로 가져오는 것이 주민들의 간절한 소망”이란 말도 덧붙였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주민들의 열정이 계속 이어진다면 인계동 나혜석거리 못지않은 명소가 될 것이다. 행궁동 주민인 유선시인의 축시 ‘찬란한 햇살 같아라, 잔이 찰찰 넘치네’란 구절처럼 관광객들이 넘치는 거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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