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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가식과 솔직함의 차이

 

세상을 살다보면 솔직함이 절대적인 것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세상에 절대적 진실이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솔직함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존재일 수 있다는 점을 실감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솔직함이라는 것도 ‘비교적’ 솔직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때가 있다는 말이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요새 미국과 북한이 하는 ‘말’ 때문이다.

북한이 절대적이든 상대적이든 솔직하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정 반대였다. 북한은 입만 열면 거짓을 늘어놓는 존재로 보였다. 열악한 인권상황에 대한 북한의 궤변을 봐도 그렇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고 말했을 때도 그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북한은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폼페이오의 북한 방문 이후 미국과 북한이 말하는 것을 보면, 미국보다 북한이 솔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회담 직후 폼페이오 장관은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이번 회담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며, 이번 협상이 ‘생산적’이었으며 양측이 ‘선의로(in good faith)’ 대화에 임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고 밝히면서도 “최종 비핵화 때까지 제재를 유지하겠다” “완전한 비핵화와 검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북한은 “첫 조미(북미) 고위급 회담에서 나타난 미국 측의 태도와 입장은 실로 유감스럽기 그지없는 것이었다”며 “미국이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밝혔다. 그런데 미국의 주장대로 북한이 비핵화를 약속했다면, 북한이 이런 식의 반응을 보여서는 안된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을 보면 미국은 자신의 주관적 희망을 마치 진실인양 말하며 트럼프식 쇼를 한 것이고, 북한은 미국보다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솔직했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쇼를 벌이고 있는 것은 예전부터 감지할 수가 있었다. 트럼프는 이미 수주 전에 북한이 미군 유해를 송환했다고 밝혔지만, 미군 유해 송환 협상은 12일부터 시작될 예정이고, 비핵화가 진전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적 조치가 이루어진 것은 한미 합동 훈련의 중단 밖에 없다. 다시 말해서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한 것은 아무것도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미북정상회담 와중에도 핵관련 활동을 계속하고 있었음이 언론을 통해 밝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북한이 한 것이라고는 단지 립서비스 차원의 ‘약속’ 뿐이라는 말이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행정부는 당황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쇼’라도 해야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오히려 북한이 솔직하게 회담 결과를 말하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노골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아주 일부이긴 하지만, 소수의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비핵화를 하려고 하지만 군부의 강경파를 의식해 다른 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식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런 소리를 들으면 북한이 아주 민주적인 사회처럼 보인다. ‘최고 존엄’이 원하는 것에 대해 공개적인 반기를 들 수 있고, 오히려 ‘최고 존엄’이 반대 측의 눈치를 봐야 하는 사회라면 이는 민주적 사회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일 이런 상황이라면 ‘최고 존엄’이라는 단어는 성립하지 않는다. 자신의 의견에 반대를 허용하고 오히려 그 세력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존재에게 ‘최고 존엄’이라는 단어는 전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연설할 때 졸았다고 군 장성을 처형하는 사회에서, ‘최고 존엄’이 ‘눈치’를 본다는 식의 해석….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어쨌든 지금 미국과 북한의 관계는 ‘예상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예상대로’라는 의미는 북한은 시간만 끌며 핵보유국의 지위를 얻으려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말인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은 바로 그 전형적인 괴정처럼 보인다. 여기서 분명한 점은 미국이 아무리 쇼를 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은 그대로라는 점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을 타개하려면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현실을 은폐하려 한다든지 아니면 자의적으로 현실을 해석하려든다면 정확한 해법을 찾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미국이 솔직해질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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