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피는 꽃
/김효선
사람들은 부지런한 꽃만 기억한다
셔터를 눌러대며
일찍 핀 꽃을 벌떼처럼 나른다
그 꽃나무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묻지도 답하지도 않으면서
누가 내 손금을 보더니
늦게 피는 꽃이라 했다
마음 한 구석이 뾰료통해졌다
철 지나 아무도 모르게 피는 꽃처럼
꽃놀이도 끝나고
상춘객도 다 돌아간 자리
놓쳐버린 말,
놓쳐버린 어깨,
놓쳐버린 길 위에서
붙잡지 못한 한 시절, 한 사람,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운명이 불온한 선 하나 그어놓는다
내 손금 어디에 늦게 피는 꽃이 있어
나를
살게 하는 것인지
-시집 ‘오늘의 연애 내일의 날씨’ / 2016·시인동네
시를 읽다 나도 모르게 찔끔했다. 나야말로 “부지런한 꽃” 앞에서만 “셔터를 눌러대며” 환호했던 사람이었고 아이를 키울 때는 다른 집 아이보다 말이 늦다거나 걸음마가 늦는 것 같으면 안절부절못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천천히 생각하는 것조차 견디지 못하고 무엇이든 빠르고 먼저인 게 좋은 거라 배워왔던 탓일까. 시인은 사람도 조금 늦게 피어나는 사람이 있다고, “붙잡지 못한 한 시절, 한 사람”을 조금만 더 기다려 주었더라면 어땠을까,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끝내 안타까운 후회까지도 우리의 몫. 늦게 피는 사람에 대한 예의를 곰곰 생각해 보게 한다. /김밝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