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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메밀꽃이 피는 밭

메밀꽃이 피는 밭

/방극률

어머니는 메밀밭에 나가셔서

메밀꽃을 쓱 보시고

예쁘다고만 하셨을까?

알곡들이 잘 여물거라고만

기도하셨을까?



내 생각

어머니 생각이 다르겠지만

전화를 걸어 묻지는 못 할 일

메밀꽃들에게

서운하게 들릴 말씀 하실까봐…



둘러보시기는 하지만

꽃송이 한 번 꺾지를 않으셨으리

주인이 서 계신 개간지 복판

꽃핀 놈이 알곡이겠지



야야, 메밀밭 고것들이 째깨 쓰러져서 속상하다.

그래요, 바람 고것들이 삐뚤어져 불었나 봅니다.

 

 

 

 

시인의 敍事는 매우 정겹다. 서정시의 기본질서를 가지면서도 긴장된 의미전달에 부여했다. 흔들리며 당신은 꽃이라 했다. 쓰러지고, 넘어지고, 부서져도 생명력을 신장하는 축은 고귀하고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누구나 한번은 아파야 하고 이별을 해야 한다. 어머님의 메밀밭 바람은 그 어떤 수사로도 반증할 수 없다. 고단하고 지친일상을 메밀꽃의 인자함을 통해 위로받으셨을까? 우리들의 어머님은 늘 횐 옷이었고, 그 횐 옷은 오늘을 있게 하는 생명력이다. 시간도 흐르고 여름장마가 진행 중이다. 어머님 곁에 부르는 착한노래들이 일렁인다. 시인에게 어머님의 고단한 일상을 풍금소리로 들려주고 싶은 것일까? 사람 사는 마을이 있는 한송이 꽃으로 시나브로 지나가는 것들을 그리워하게 만든 시다. 다시 지나지 않은 과거를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일까? 대신 울어줄 어머님이 계시는 남원은 외로운 산책길이 다름 아닌 어머님의 생의 길로 유년의 삶들을 상념하게 한다. 시인의 따스한 시집 ‘들녘엔 천진무구한 향내로다’ 출간을 축하한다.

/박병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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