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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양심]미군 유해 송환 그리고 DMZ 피에타像 건립

 

 

 

가톨릭교회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 ‘마리아’의 이름 앞에 성모(聖母)를 칭하며 존숭(尊崇)한다. 그 이유는 단지 ‘구세주의 어머니’였기 때문만이 아니라 지극히 순결하고 거룩한 모성(母性)의 결정(結晶)으로 승화될 수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이러한 가톨릭 정신의 지향성은 미켈란젤로의 작품 피에타상(pieta像)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의 조각에서는 죽은 아들 예수를 안고 있는 어머니의 슬픔과 고통의 묘사에 중점을 둔 특성상 성모 마리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피에타에 묘사된 성모 마리아의 얼굴은 예수의 죽음 당시 45~50세로 추정됨에도 불구하고 앳된 처녀의 모습이다. 이에 대한 제자의 질문에 미켈란젤로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정결한 생각을 가진 여자들의 모습은 결코 나이가 들지 않아 보인다”

성모 마리아를 은총으로 충만한 중재자로서 숭배되는 것을 두고 일부 성서학자들의 이론(異論)이 없지 않으나, 비단 가톨릭 신자가 아닌 필자의 견해로도 ‘고결하고 거룩한 신성’으로 모성의 승화는 우리 모두가 긍정하고 수용할만한 가치로 받아들여진다. 모든 사람의 신체 각 부분들은 하나같이 기능을 위해서 있으나, 오직 정중앙에 남아있는 ‘배꼽’만큼은 자기존재의 원천을 자각하기 위한 상징 같다. 그것은 나와 어머니와의 연결통로로, 생명의 시작이자 한없는 사랑의 증표이다. 때문에 사람은 어려서나 나이들어 늙어서도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찾을 수밖에 없나보다.

6·25한국전쟁 직후에 부산 병참기지 사령관이었던 리처드 위트컴(Richard S. Whitcomb) 장군이라는 인물이 있다. ‘한국전쟁 고아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전쟁 후 복구에 지대한 공헌을 세웠다. 또한 미군 유해 송환을 위해서도 헌신했다. 죽음을 앞둔 위트컴 장군은 아내 한묘숙 여사에게 자신의 남은 재산으로 북한에 남아있는 미군 유해들을 찾아주길 부탁했다고 한다. 한 여사는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하며 위트컴 장군의 유지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한번은 한묘숙 여사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한 관료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마미가 무슨 뜻인가?” 이같은 질문을 하기에 한묘숙 여사는 이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유를 물어보니 미군 포로들이 죽을 때 다들 ‘마미(Mummy·어머니)’를 외치며 죽더라는 것이었다. 자신보다도 먼저 아들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어머니 한묘숙 여사는 많은 재원과 노력을 쏟았음에도 불구, 그 누군가의 아들인 미군의 유해를 고향에 보내주질 못한 채 작년 겨울 세상을 떠났다. 지난 6월 17일, 그러니까 7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군 유해 송환이 이루어짐을 보지 못한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 마리아 여사는 이 땅에 큰 어머니(大母)의 정신을 구현하신 분이다. 안중근은 그녀에게 모든 어머니들과 다름없이 금지옥엽(金枝玉葉)했던 아들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그러한 아들의 죽음을 앞두고서 절망과 통곡의 끝점까지 모두 감내하며 결국 장남 안중근에게 죽음의 대도(大道)를 걷게 했다. 뿐만 아니라 안중근 의사의 순국 이후에도 두 아들과 함께 연해주와 상해를 오가며 독립과 평화를 위한 헌신의 삶으로 일관했다.

필자는 조 마리아 여사가 그녀의 내면에서 관통해 왔을 경험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과정일 것이며, 그것은 스스로가 ‘삶과 죽음을 초극한 정신’을 발현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했을 일이다. 때문에 조 마리아 여사의 삶과 정신에서 우리는 고결하고 거룩함을 발견하고 또한 성스러움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

비무장지대(DMZ)에는 한국전쟁 당시 ‘어머니!’를 부르며 죽어갔던 국적불명 젊은이들의 유해가 뒹굴고 있으며, 그들 외침의 한과 메아리는 아직도 그 공간 속에서 맴돌고 있을 듯하다. 조 마리아 여사의 ‘삶과 죽음을 초극한 성스러움’으로 DMZ에 떠도는 모든 젊은 영혼들을 포근히 감싸안고 위로하는 모성(母性)의 화신으로 DMZ에 피에타상(pieta像)이 건립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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