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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아포리아]부부평등을 방해하는 권력

 

 

 

권력은 사람을 강자와 약자로 구분시킨다. 그리고 강자와 약자가 만들어지면 ‘폭력’과 ‘희생’이 발생한다. 권력을 소유한 강자에게 약자는 의견을 나누는 상대가 아니다. 평등의식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약자의 요구에 대해 주의 깊게 반응하고 적극적으로 주파수를 맞추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약자와 감정을 타협할 필요를 못 느끼고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약자에게 주입한다. 그런데 이런 권력관계는 부부사이에도 존재한다. 만약 여러분이 자신을 강자나 약자로 생각하고 있다면 이미 부부 아포리아(난관)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폭력은 ‘당연함’에서 시작한다. 여자니까 혹은 남자니까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내가 더 잘 알고 있으니 배우자는 당연히 내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부사이라도 나를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배우자의 수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여러분이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배우자에게 무엇인가 요구하고 있다면 아무리 작더라도 그것은 폭력이 될 수 있다.

희생은 ‘어쩔 수 없음’에서 시작한다. 여자, 남자, 주부, 잘 알지 못해서 등등 배우자의 의견을 따르며 희생한다. 심하게 화내거나 연락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 때문에 희생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나로서는 어쩔 수 없기 때문에 희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희생은 강자가 아닌 약자의 처지에서 생각한 결과이다. 과연 강자에게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일까?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강자와 약자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다.

부부사이에서 영원한 강자와 약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강자와 약자가 뒤바뀌는 순간이 생긴다. 그 순간! ‘어쩔 수 없음’이 ‘당연함’으로, ‘당연함’이 ‘어쩔 수 없음’으로 변한다. 약자 처지에서 강자가 되는 순간 복수는 처절하게 이루어진다. 용돈과 지출에 대한 지적 등 재무적인 압박, 성관계 거부하기, 일부러 상황을 만들어서 귀가를 늦게하기 등의 방식으로 자신의 권력을 사용하여 배우자에게 복수한다. 뒤바뀐 권력에 의한 당연함은 약자의 어쩔 수 없음을 발생시킨다.

‘강자·약자’ 프레임에서 벗어나 부부평등이 이루어져야 아포리아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평등한 관계’란 한 쪽이 권력을 갖고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닌 상대에게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수반된 관계이다. 즉, 폭력이나 희생없는 대화를 해야 한다. 부부평등을 위한 대화는 총 4단계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 대화를 판단이 아닌 ‘사실’로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배우자와 대화를 할 수 있다. 사실이 아닌 판단으로 시작하면 대화가 아닌 부부싸움이 시작된다.(5월 3일자 필자 칼럼 ‘부부대화, 판단 아닌 사실로 시작하기’ 참고)

두 번째는 그 사실로 인해 발생한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감정 이면에 존재하는 자신의 욕구를 알리는 것이다.(7월 6일자 필자 칼럼 ‘부부가 매번 같은 이유로 싸우는 이유’ 참고) 마지막으로 내가 생각한 대안을 제시한다. 여러분은 배우자가 사전에 연락없이 저녁 약속을 어기고 새벽에 귀가했다면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나는 당신이 연락없이 나와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새벽에 들어와서(사실) 섭섭하고 불안했어(감정). 난 부부 사이에 배려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욕구-배려). 다음에 그런 일이 생기면 늦게라도 연락을 해주었으면 좋겠는데 어때?(대안 제시)”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내가 제시한 대안을 배우자가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부분이다. 나의 제안을 강요한다면 또 다시 폭력이 시작된다. 대안을 제시하고 “어때?”라는 질문으로 이야기를 끝내면 배우자는 동의하거나 수정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그렇게 대안을 교환하며 부부에게 도움이 되는 해결방법을 함께 찾는다.

요즘 권력을 가진 자에 의한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부부관계도 다르지 않다. 평등한 관계에는 ‘동의’와 ‘거부’의 권리가 존재한다. 부부평등을 위해 ‘나(I)-전달법’ 대화방식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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