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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지역 콘텐츠의 재발견, ‘대룡시장’

 

강화도 교동면 대룡시장은 6·25 때 연백군에서 교동도로 잠시 피난 온 주민들이 한강 하구가 분단선이 되어 고향에 돌아갈 수 없게 되자 그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고향에 있는 ‘연백시장’을 본따서 만든 골목시장이다. 대룡시장은 50여 년간 교동도 경제 발전의 중심지였으나 지금은 실향민 대부분이 사망을 하여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재래시장 규모도 줄어들었다.

이곳 교동도는 교통대교의 개통 전에는 마을주민들이 배를 타고 석모도를 거쳐 강화도로 가야만했던 외진 섬이었다. 고려시대에는 벽란도로 가는 중국 사신들이 머물던 국제교역의 중간 기착지였으며, 조선 인조 때는 삼도수군통어영을 설치하여 경기, 충청, 황해도까지 전함을 배치하는 해상 전략의 요충지였다.

그러나 2014년 7월 교동대교의 개통과 함께 1970년경의 분위기가 풍겨서 영화 세트장과 같은 대룡시장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찾아오면서 이 시장이 알려지면서 강화도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 재래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시장 골목마다 ‘제비거리’, ‘둥지거리’, ‘와글와글거리’, ‘조롱박거리’, ‘극장거리’ 그리고 ‘벽화거리’ 등 뒷골목거리를 구분해서 표시하였다.

시장 골목을 걷다보면 ‘황세환 시계방’이 있다. 시장 상인회가 지정한 ‘대룡시장 명장’이라는 명패가 붙여진 시계방을 볼 수 있다. 현재 ‘황세환’ 장인(匠人)은 자리에 없고 생전에 그의 모습을 재현한 밀랍인형만 있다. 명인을 이렇게 밀랍인형으로 재현, 시장에 전시하는 것은 아주 특이한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이곳 시장에서 삶의 터전을 잡고 살아간 이들을 이야기의 원천으로 삼으면서 지역 이야기들을 풀어가고 있다. 교동도 대룡시장이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일반 재래시장하고는 다른 이야기가 있다. 속초의 ‘아바이마을’과 같이 주제는 고향을 떠난 ‘실향민’이다. 이렇게 재래시장의 이야기를 문화콘텐츠로 만들고 스토리텔링으로 이어간 것이다. 바로 지역의 이야기를 재래시장에서 물건과 함께 같이 그 이야기들을 파는 것이다.

이곳 ‘대룡시장’이 있는 교동도는 민간인 출입 통제선으로 교동대교 검문소에서 해병 제2사단 출입증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

교동도는 우리나라에서 14번째 크기의 섬이다. 그러나 현재 3천여 명이 살고 있을 정도로 섬 크기에 비해 인구는 적은 편이다. 따라서 과거에 비해 큰 재래시장의 규모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대룡시장’도 원주민인 실향민 상인은 점점 줄어들었고 외지에서 온 상인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시장이 실향민들의 추억이 어린 이색 공간으로 알려지면서 주말에 많은 방문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이곳 재래시장의 빈 공간을 메우는 것은 기존 시장의 이미지 모습이 아니라, 방문객들이 선호하는 것들로 콘텐츠를 메우고 있다. 또한 재래시장에서는 보기 어려운 ‘토털공방’(工房)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에서 과거 재래시장 모습에서 변형된 현대시장으로 변해 지금의 매력이 반감될 것 같은 우려도 없지는 않다. 조화롭게 시장상인들이 그 지혜를 모아야할 것이다.

‘대룡시장’ 곳곳에 있는 ‘교동제비’의 스토리텔링이 있다. 교동도 ‘대룡시장’은 제비가 찾는 청정지역이다. 귀제비, 제비, 갈색제비가 매년 3~10월 달에 다시 찾아온다. 그 중에 ‘대룡시장’에는 귀제비와 제비가 가장 많이 찾아온다. 제비의 천적은 맹금류로 독수리, 매, 부엉이, 올빼미가 있으며 기타 까마귀, 뱀, 족제비, 참새, 고양이 등이 있다. ‘대룡시장’ 곳곳에 있는 제기가 전깃줄에 앉아 있는 모습을 재현한 것은 바로 앞에 말한 천적들 때문이다. 시장 들어가는 곳에 방문객 체험관 ‘교동제비집’은 이러한 이곳 스토리텔링을 체험하는 이색 공간이다.

대룡시장이 위치한 교동도는 황해도와 인천광역시 경계해안에 위치해 있다.

그러한 만큼 6·25전쟁 때 고향을 떠난 실향민들이 돌아가지 못하고 이곳에서 생의 터전을 잡으면서 생계수단으로 시장에서 물건을 팔면서 고향에 돌아갈 날만 기다렸다는 이야기 등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깊은 곳이다. 교동면의 ‘대룡시장’은 그런 이야기가 아직도 시장 곳곳에 숨어있는 서민들의 공간이다. 지금은 당시 실향민들은 거의 없고 후손들도 이곳을 떠나서 타지에서 생활의 터전을 잡았지만 그 시장의 원형은 그대로 살아 향기를 불러일으키면서 실향민 재래시장 이야기들로 지역 콘텐츠가 재탄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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