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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仁松시선]민속놀이 유감

 

 

 

얼마 전 문인들과 운동할 기회가 있었다. 종목이 제기 차기, 윷놀이, 투호, 굴렁쇠 굴리기와 같이 대부분 전통 민속놀이로 되어 있어 참가자들의 흥미를 더했다. 매일 텔레비전에서 영상으로만 보다가 직접 참여하여 즐기다 보니 생각 이상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명절만 되면 으레 등장하는 단어가 ‘전통’이란 단어다. 그런데 텔레비전에서 명절 모습을 보여 주는데 그 공식이 수십 년 동안 천편일률적이다. 장소는 고궁이고, 등장인물은 한복 입은 남녀이며, 장면은 당연히 민속놀이이다. 명절놀이 공식은 이들 항목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그 민속놀이조차도 틀에 박혀 있다. 널뛰기와 연 날리기 아니면 제기차기가 거의 전부이다.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투호가 추가됐다. 투호는 설명조차 필요 없는 단순하기 그지없는 놀이다. 항아리 안에 화살을 던지는 것이다. 항아리와 화살. 좀 부정적으로만 봐서 그런지 정말 이 두 가지는 연결이 안 된다. 물론 남녀노소가 어울려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이긴 하지만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정말 심심하기 짝이 없는 놀이다.

한 가지 참 이상한 것은 제기차기를 제외하고는 놀이 주동인물이 전부 거의 여자라는 점이다. 남자는 뒤에서 박수쳐 주는 배경인물로 처리되거나 아니면 등장하지도 않는다. 우리 민속놀이를 폄하하려는 것은 절대로 아니지만 명절마다 반복되는 이 단순함이 너무 슬프다. 그래서 여기 하나 남성적이고 거칠기도 하며 그래서 위험하기도 하지만 막상 해 보면 스릴과 흥미가 넘치는 종목 하나를 건의하려고 한다. 바로 승마다.

개인적으로 우리 민족을 농경민족이라고 정의 내리는 데 아주 거부감을 느낀다. 농경민족이라는 것을 부정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백의민족 정말 좋다. 그러나 이것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만주벌판을 호령했던 기마민족이란 말은 구석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 등장하는 그 호연지기를 보라. 말 타고 화살을 쏘는 기마인의 위용은 더 이상의 묘사와 수식을 불허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조상들은 말을 타고 하는 경기도 즐겼다. 격구가 바로 그것이다. 격구는 말을 타고 장시(杖匙)라는 채를 이용해 나무공을 치거나 채에 걸어서 상대방의 문에 넣는 경기다. 한자어로는 ‘타구’(打毬), ‘격구희’(擊毬戱), ‘격봉’(擊俸) 등으로 불렸다. 격구는 서양의 폴로와 비슷한 경기라고 보면 된다. 팀당 4명이 팀으로 이뤄지고 말을 타고 장시를 이용해 공을 골문 사이로 집어넣는 경기다. 양 팀은 공격과 수비를 나누어 공격자를 수비자가 방해하는 방식인데 안전을 위해 장시는 항상 오른손으로만 잡아야 한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격구는 무예를 숭상시 했던 고려시대에 크게 성행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고려 18대 왕 의종(毅宗)은 격구를 매우 좋아했는데, 3~4일을 연속으로 쉬지 않고 격구를 관람하기도 했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승마는 비싼 운동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승마장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 비해 문턱도 많이 낮아졌다. 승마의 장점은 한마디로 말과 한 몸이 되어 호연지기를 기르는 운동이라는 것이다. 이제 손으로 화살을 항아리에 던지지 말고 말을 타고 격구도 하고 화살을 쏘기도 하고 하자.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노래가 하나 있다. 꼬부랑 할머니로 시작하는 동요다.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갯길을…. 말에게 제일 안 좋은 것이 꼬부랑길이다. 슬프기 짝이 없다. 꼬부랑 길을 넘어가는 힘든 할머니도 슬프지만 달릴 수 없는 말도 슬프다.

말을 타자. 그냥 서서 항아리에 화살만 던지지 말고 말을 타고 쏘자. 승마도 즐기고 격구도 부활시키자.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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