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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나무의 지혜

 

 

 

연일 찜통더위다. 더러는 시원한 곳을 찾아 때 이른 휴가를 떠나고 젊은이들은 바다에서 해수욕하며 더위를 즐기고 어르신들은 삼삼오오 나무 그늘을 찾아 더위를 견디기도 한다. 마을입구에는 당산나무가 있곤 했다. 당산나무는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마을에 큰 행사가 있을 때는 당산나무에 제를 올리기도 했다.

내 고향 청주에도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 있었다. 전해내려 오는 말에 의하면 나무가 울면 마을에 재앙이 생겼다고 한다. 수백 년 수령의 그 나무는 몇 년에 한번 정도 울었는데 그때마다 마을 사람이 이유 없이 죽거나 뜻하지 않은 재앙이 생겼다고 한다.

지금은 개발에 밀려 나무도 없어지고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몇 아름은 족히 될 만한 거대한 나무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하고 길손들의 쉼터가 되곤 했다. 나무 밑 평상모여 앉아 서로의 안부를 묻고 마을의 대소사를 논하기도 했으며 여름한철 피서지가 되곤 했다.

그 거대한 나무도 새가 날아들면 새의 무게만큼 흔들렸고 서로의 잎을 바스락대며 푸른빛을 더해가곤 했다. 어느 해는 잎이 듬성듬성했고 한해 그러고 나면 다음해는 무성하고 짙푸른 색으로 풍성한 그늘을 만들었다. 어른들은 나무가 해거리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무도 영양이 부족하면 해거리를 한다고 한다. 딸리는 힘을 조절하기 위해 해거리를 하면서 자신의 밸런스를 맞춰가는 것이다.

숲에 들면 나무가 얼마나 지혜로운지 알 수 있다. 언뜻 보기에는 나무가 곧게 서 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많은 나무들이 굽어 있다. 특히 숲이 빼곡한 곳은 더 그렇다. 태양과 마주하기 위해 빈 공간을 찾아 나무가 몸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옮겨갈 수 없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환경과 조건을 찾아 스스로를 맞춰가는 것이다.

또한 숲에 들면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스트레스도 풀리는 것 같다. 피톤치드 때문이다. 피톤치드는 나무가 해충이나 각종 유해균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내뿜는 물질이라고 한다. 이 피톤치드를 마시면 장과 심폐기능에 강화되며 살균작용도 한다고 알려져 있어 심신이 피곤하거나 요양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자연에 깃들어 삼림욕을 하거나 자연에 자신을 맡긴 채 건강을 지키기도 한다.

중년이후에 산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등산을 하면서 건강도 챙기고 자연과 교감하면서 삶의 여유를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나무를 껴안아 보면 나무가 주는 편안함이 있다. 나뭇잎 바스락 소리가 나무의 숨결처럼 들리고 내 혈관의 피들이 나무의 물줄기로 파고들어 한통속이 되는 듯 안락함을 느끼게 된다.

숲은 서로가 서로에게 있는 대로 준다. 나무 그늘 밑에는 음지 식물이 자라고 곤충들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나무의 진액을 내주기도 하고 뿌리에 기생할 수 있는 기생식물들의 여건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숲에 곤충이 있어야 열매를 맺을 수 있고 종족을 번식할 수 있는 것처럼 자연은 서로에게 내줄 줄도 알고 받을 줄도 안다. 공존하고 기생하며 생태계를 유지해가고 있다.

연일 폭염 경보가 울리고 대지는 가마솥처럼 들끓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나무 밑 평상을 찾아 시원한 냉차 한 잔 마시며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나무의 푸른 속삭임이 활력이고 힘이 된다. 매미의 벅찬 울음만큼 뜨거운 여름, 건강하게 견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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