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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들

/최문자

어머니를 꽉 쥐면

주르르 눈물이 쏟아진다

주원료가 눈물이다



사랑을 꽉 쥐어짜면

쓰라리다

주원료가 꺼끌꺼끌한 이별이다



매일매일 적의를 품고 달려드는 삶을 쥐어짜면

비린내가 난다

주원료가 눈이 어두운 물고기다



CT로 가슴을 찍어보면

구멍 뚫린 흰 구름 벌판

주원료가 허공이다

 

 

 

 

구멍 난 가슴을 무심히 들여다보니 거기에는 ‘어머니’가 있고‘사랑’이 있고‘비린내 나는 삶’이 있다. 이것들이 시인의 삶을 견인하는 재료들이다. 그런데 이것들은 하나같이 ‘슬픔’이고 ‘아픔’이고 ‘비린내’가 난다. 삶의 바깥에는 분명 내일이 있고 흐림 뒤에 맑음도 있는데 시인의 삶에 들어 있는 아픈 진실 ‘CT로 가슴을 찍어보면/구멍 뚫린 흰 구름 벌판’의 예리한 시선이 타자의 마음에 들어와 칼금을 긋는다. 이 대목에서 나는 아니라고 손사래 치는 이 누가 있을까? 아픔을 아프다고 말하지 않고 슬픔을 슬프다고 말하지 않으며 안으로 삭히는 무심함에서 시인다운 고매함과 고요한 경지를 느낄 수 있다. 어떤 치장도 꾸밈도 없이 일상에서 뿜어내는 숨결이 그대로 시가 되어 우리 곁에 왔다. /이채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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