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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끔벅이는 횡단보도

 

 

 

끔벅이는 횡단보도

/양소은

앞으로 나가거나 되돌아갈 수 없는

횡단보도 한가운데

노인이 덤불처럼 걸려있다



사선 안으로 조여드는 속도

악어와 사자 사이

탈출구가 없는 밀림의 경계에 갇힌

뜨거운 포효의 바람이 인다



멈추지 못하는 바퀴

깨진 유리조각이 사방으로 튀고

추월로 쌓아 올린 빌딩 숲



붉은 눈으로 끔벅이는 신호등 밑

과속의 잔해가 수북하다

막 그려진 노인의 그림자가

스르르르 일어서며

정글에서 걸어 나온다

- 양소은 시집 ‘노랑부리물떼새가 지구 밖으로 난다’

 

 

 

 

우리는 나이가 먹어갈수록 느려진다. 행동도 말도 인지능력도 떨어진다. 마음은 젊은이 못지않지만, 몸은 마음처럼 움직여주지 않는다. 이 세상 살아오는 동안 이곳저곳이 마모되고 고장나고 녹슬어버린 까닭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의 속도는 어떠한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빨라지고 모든 것은 하루가 다르게 새롭게 태어난다. 내가 미처 습득하기도 전에 변하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그리하여 우리가 살아가기 편해진 만큼 무척이나 복잡하기도 하다. 그러한 속도 속에 갇혀 오도 가도 못 하는 처지가 되어버리는 것이 노인들이다. 이 시 속, 노인 또한 그러한 정글에 갇혀 결국 빠져나오지 못하고 말았다. 점점 노화 인구가 늘어가고 있다. 우리는 고삐를 조금이라도 늦추며 살아갈 수는 없는 걸까. /서정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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