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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대통령의 여름휴가

우리나라 대통령의 여름휴가엔 이른바 네 가지 공식이 따라붙는다. 시기는 7말8초, 기간은 3~7일, 장소는 군 휴양지 그리고 읽을 도서목록이다. 이 중 장소와 도서는 세인의 가장 큰 관심사다.

역대 대통령이 가장 많이 이용한 휴가지는 ‘남쪽의 청와대’로 불리는 충북 청원의 청남대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5공 시절 조성된 이곳에서 휴가 때마다 경호실 직원들과 축구시합을 벌였다. 제일 많이 애용한 사람은 김영삼 전 대통령. 그때 마다 매일 2㎞씩 조깅을 하며 망중한을 즐겼다. 김대중 대통령도 이곳을 자주 찾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들어선 뒤인 2003년 4월 18일 청남대는 20여 년 만에 국민에게 개방됐다.

다음은 경남 거제 앞바다 저도의 청해대다 이곳 ‘바다의 청와대’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이승만 전 대통령이 가족과 함께 머물렀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도 이곳을 찾았다. 저도에 대통령 별장이 생긴데는 다음과 같은 애피소드가 있다. 1972년 박정희 대통령은 여름휴가차 저도를 찾았다. 그는 휴가를 떠나기 전 경호실에 “저도에 있는 목조 건물을 손질해 잠을 잘 수 있게 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목조 건물은 사라지고 번듯한 새 집이 지어져 있었다. 그는 수행원에게 “수리하라는 집을 없애고 새로 지은 건 무슨 짓이냐”고 꾸짖으며. 곧바로 휴가취소를 지시했지만 참모들의 만류로 사태는 수습됐다. 그 해 저도는 대통령 별장으로 공식 지정됐다. 1954년부터 대통령의 휴양지로 이용된 이곳은 1993년 대통령 별장에서 해제됐지만 해군이 관리하면서 이후 대통령들도 자주 이용했다. 영어의 몸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이곳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며 학창시절 찍은 수영복차림의 사진을 깜짝 공개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30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5일간 본격 여름휴가를 떠난다. 하지만 ‘어디로 가며 어떤 책을 들고 가고, 휴가 구상은 무엇인지’ 전혀 알려진 것이 없다. 예년과 달리 일정이 미 공개된 대통령의 휴가. 기왕 ‘순수한 휴가’로 잡힌 만큼 조용히 쉬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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