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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연하



허공에 쌓은 모래성은 아니었는데

혼자만의 경계에 갇혀

건너지 못할 크레바스를 만든다



미래의 방식으로 웃고 울며

서로의 통증을 감싸던 시절은 뒤돌아서고

무섭고 낯선 벽하나

비스듬히 세워졌다



믿음의 부재 뒤에 숨겨진 검은 말들

흔들리며 너와 나를 조각낸다



시간의 둘레를 감고 점점 어두워져가는



서로의 눈빛

남는 것은 점점 단단해지는 매듭 뿐



뒤집어보고 뒤돌아봐도

아픔만 무성하다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벽이 ‘나’와 ‘너’를 가로막고 비스듬히 서 있다. 여기서 벽은 이전의 ‘나’와 현재의 ‘나’를 또한 분리시킨다. 그래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낯선 벽에 화자는 아픔이 무성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 낯선 벽을 누가 먼저 만들었는지 그것은 중요하지가 않다. 서로의 통증을 감싸주고 ‘미래의 방식으로 웃고 울’던 너와 내가 무섭고 낯선 벽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 불안하고 두려울 뿐이다. 시간은 흐르고 점점 굳어져가는 어두운 눈빛이 견뎌내기 힘들다고 화자는 토로하는데 ‘너’라는 대상은 ‘믿음의 부재 뒤에 숨겨진 검은 말들’을 믿고 있는 것 같아 불안은 더욱 커진다. 너나 할 것 없이 내 모든 치부를 알고 있는 벽은 반갑지 않다. 삶이 힘들 때 서로에게 말없이 등을 내주는 벽으로 둘러싸인 세상이 그리운 시대다. 시를 읽으며 나를 돌아본다. 지친 누군가에게 편히 기댈 수 있는 벽이 되어 본 적 있는지. /이채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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