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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그들의 생존법

그들의 생존법

                          /임향자

힘이 약한 것들 떼로 모여 산다

물결처럼 흘러가는 멸치와 정어리 떼

모이면 거대한 물줄기다

따개비 굴 홍합 거북손은

바위 한 귀퉁이를 붙잡고 집성촌을 이룬다

해조류나 조개껍데기를 머리에 이고

이동하는 위장술은 필수과목

가끔 바람의 간섭으로

또 다른 종이 제 영역으로 뛰어들면 긴장한다

살아남기 위해 촘촘히 짜놓은 생존전략

미역은 미역귀에 씨를 품고

너울을 붙잡고 멀리까지 씨를 뿌린다

야행성 성게는

바위틈에 몸을 꽉 끼우고 떼로 잠을 잔다

가시를 세우는 방어술도

쥐치가 내뿜는 물줄기에 중심을 잃고 뒤집히면

철갑 갑옷도 무용지물이다

내장을 빼앗긴 성게 껍데기가 파도에 밀려와도

쫓고 쫓기며 알을 슬고

치어가 태어나고 바다는 번식한다

뒤쪽에 눈알무늬를 그려 천적을 쫓는 물고기

보호색으로 제 몸을 숨기는 법도

바다가 일러준 것이다

어미가 가르쳐 준대로

그녀도 조새를 들고 바위에 붙어산다

가난도 바다를 붙잡고 옹기종기 모여 산다

 

 

‘힘이 약한 것들 떼로 모여 산다’는 말이 솔깃하다. 마음에 와서 고요하게 가라앉는다. 힘이 없는 것들은 떼로 모이지 않으면 살 수가 없지. ‘살아남기 위해 촘촘히 짜놓은 생존전략’은 ‘떼로 모여 살기’, 잘 때도 ‘떼로 잠을’ 자는 것이다. 떼로 모여 살면서 떼로 잠을 자는 그들에게 어울리는 색은 ‘보호색’이다. 튀지 않는 색,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숨겨버리는 색. 약한 것들은 자기를 숨기면서 살아야 목숨을 유지할 수 있다. 바닷가 바위에 붙어사는 그녀도 어미에게 물려받은 대로 산다. 조새를 들고 바위에 붙은 굴을 따면서 사는 것이다. 이 풍경이 주는 울림은 ‘가난도 바다를 붙잡고 옹기종기 모여 산다’는 것. 힘이 약한 어미는 자식들에게 무리 속에 끼어드는 법을 알려주고 보호색을 입혀준다. 이것을 물려주면서, 가난이 힘이고 가난이 보호색이라 애써 믿는 것이다. /이종섶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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