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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른 평야·금단의 바다… 철책선마저 풍경이 된다

① 김포 1~3코스
함상공원 등 박물관 있는 1코스, 가족들과 함께 뚜벅뚜벅
문수산서 애기봉입구까지 걷는 2코스, 북한과 가장 인접
분단의 바다서 희망 건져올리는 3코스까지 볼거리 다양

 

 

 

 

 

 

평화누리길은 DMZ(비무장지대) 접경지역인 김포, 고양, 파주, 연천 등 4개 시·군을 잇는 대한민국 최북단 길이다. 191㎞로 이어진 이 길은 한국전쟁 이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평화염원의 길이자, 우리의 고귀한 역사 유적이 살아 숨쉬는 배움의 길이다. 지난 2010년 5월 개장했다. 모두 12개 코스(김포 3코스, 고양 2코스, 파주 4코스, 연천 3코스)로 구성됐다. 한 코스당 성인 걸음으로 4~5시간 정도 걸린다. 도내 다양한 역사 유적은 물론 해안 철책, 한강 하류, 임진강 등도 접할 수 있어 자연을 만끽하는 데 제격이다. 멸종위기 동식물도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는 만큼 천혜의 자연과 공존하는 모습을 직접 느껴볼 수 있다. 평화누리길을 모두 12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첫 걸음을 김포(1코스 염하강철책길→2코스 조강철책길→3코스 한강철책길)에서 시작한다. <편집자 주>

 

 

 

 

 

 

 

염하강철책길(김포 1코스) 14㎞

평화누리길 1코스인 염하강철책길은 대명항~문수산성 총 연장 14㎞로, 외세에 맞선 우리 근대사의 역사 유적이 해안을 따라 쭉 이어져 있다. 작은 포구와 항구가 해안의 요새와 함께 어우러져 있으며 철책을 따라 조성된 길목 사이사이에는 마을들이 이어진다. 아이들과 찾기 좋은 공원과 박물관도 있어 가족들이 선선하게 걷기 좋다.

1코스의 돌머리는 대명항이다. 평야 지대인 김포와 바다가 맞닿아 만들어진 이 포구는 과거 인천과 강화를 오가는 유일한 뱃길이었다. 갯내를 맡으며 걷다보면 김포함상공원의 ‘운봉함’을 만날 수 있다. 운봉함은 제2차 세계대전에 참가해 상륙작전 훈련, 수송작전 지원 등을 해온 역사 깊은 함정이다. 수도권 유일의 함상공원에서 함정 내부를 들여다보고 함실 생활을 살펴보는 등 다양한 해군 관련 체험을 즐길 수 있다.

그 옆 좁은 입구로 들어가면 바다를 따라 걷는 철책 외길이 펼쳐진다. 차디찬 철책 너머로는 강화해협과 강화도가 한 눈에 들어오는데 60년 가까이 인적이 오가지 않아 원초적인 자연 모습이 그대로 살아 있다. 끝자락에선 물살이 굽이치는 ‘손돌목’에 닿게 된다. 그동안 느릿느릿 평탄했던 길은 손돌목에 와서 가파른 언덕을 연거푸 오르내리게 한다. 경사진 곳을 따라 줄을 잡고 걷는, 폐타이어로 조성된 구간을 지나다보면 한강에서 떠내려 왔다는 섬 ‘부래도’를 스쳐 지난다. 부래도내 산에는 성터가 남아 있어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기 때문에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는 등 자연보존 상태가 우수하다. 이어서 쇄암리 마을 들판을 지나면 강화도를 오가던 나루터인 원머루 나루가 보인다. 해질 무렵이면 이곳에서 서해의 아름다운 낙조가 펼쳐져 일부러 멈춰서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이 길은 ‘느림으로 만남을 이어주는 길’로 표현되기도 한다.

염하강을 따라 철책선과 논길, 숲길로 이어진 1코스는 문수산성 입구에서 막을 내린다. 드문드문 설치된 초소들의 모습이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 전 세계에서 유일한 대치 국가임을 전하지만 이 길에서는 어느새 그 마저도 풍경이 된다.

 

 

 

 

 

 

 

 

 

 

 

 

 

 

 

조강철책길(김포 2코스) 8㎞

2코스(8㎞)는 사계절 경치가 장관을 이뤄 ‘김포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문수산에서 시작된다. 언덕 위로 반듯하게 자리 잡은 문수산성 남문이 등산객들에게 새로운 이정표가 돼주고 있다. 이 길은 북한과 가장 인접한 구간으로 민간인 통제구역이 곳곳에 있으며, 우리 민족의 전쟁사와 슬픔을 보듬고 있다.

문수산성 남문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길, 능선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발걸음을 옮기면 전망대에 이르는데 특히 애기봉과 문수산 사이 ‘조강포’가 돋보인다.

서해 뱃길과 한양, 개성을 잇는 수운의 요충지였던 조강포 너머에는 한남정맥이 가로지른 김포 들녘이 있고, 동쪽으로는 서울을 둘러싼 북한산과 청계산·관악산 줄기가, 남쪽으로는 어렴풋이 보이는 인천시가지가, 서쪽으로는 아늑한 풍경의 강화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북쪽으로는 해안선을 따라 완고하게 늘어선 철책선과 한강 건너 북녘 땅도 보인다.

전망대를 지나 홍예문에 닿으면 하산길이다. 유순한 청룡대로를 지나면 민통선 마을인 조강리(북한 개성직할시 판문군)를 만나게 된다. 철책길로 막힌 조강리 마을길을 뒤로하고 걷는 길엔 마침내 애기봉에 도착한다. 애기봉(155m)은 한국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군사요충지로, 조강리 일대를 최단거리로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놓여져 있다.

 

 

 

 

 

 

 

 

 

강철책길(김포 3코스) 17㎞

김포 평화누리길의 끝인 3코스(17㎞)는 애기봉 입구에서 마근포리마을회관, 후평리 철새도래지, 석탄배수펌프장을 거쳐 전류리포구로 이어진다. 드넓은 김포평야가 펼쳐져 있고 철책 너머 한강이 흐르는 평화로운 구간이자 분단의 아픔과 역사적 현실의 구간이다.

애기봉 아래에서 만날 수 있는 작은 마을 가금리에는 오래된 느티나무와 향나무가 서 있어 쉼터를 제공한다. 잠시 쉬었다가 미로처럼 복잡한 마을길을 걸으면 마근포리마을회관에 향하게 되는데 이때 마근포는 조강 건너 북한과의 왕래를 가능하게 했던 나루터 같은 역할을 맡아왔다.

이어 호젓한 오솔길을 지나 마을을 벗어나면 영토 전쟁의 비화를 품은 연화봉(해발 75m)이 보인다.

그 이후로는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후평리 마을에 오게 되고, 육중한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석탄배수펌프장을 지나면 한강철책길의 마지막 코스인 전류리포구에 다다르게 된다. 김포 한강의 최북단 어장인 전류리포구는 군사분계선과 인접한 탓에 어민도 고기를 잡으러 나갈 때마다 군에 출항신고를 해야 한다는 불편이 있다. 일반인에게 개방된 건 지난 2007년부터다. 이처럼 포구에 남아있는 아픔은 우리 민족이 처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매일같이 희망을 건져 올리는 어민들을 보며, 언젠간 그들이 더 먼 바다로 갈 수 있길 희망해본다.

너른 평야와 금단의 바다 등이 뒤섞인 땅 김포. 여행자들은 김포를 강화도로 가는 길목쯤으로 여기지만 그 속의 평화누리길을 찬찬히 걸으며 세심하게 눈길을 두면 5천 년 역사의 기억을 품은 유적과 다양한 볼거리가 구석구석 숨어 있음을 알게 된다.

/최준석기자 js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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