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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내가 나를 베다

 

 

 

내가 나를 베다

                      /이권



오늘 아침 A4 용지를 만지다

손가락을 베었다



하얀 종이 속에 숨겨져 있던

칼날을 미처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누구의 지령이었는지

순간의 역습이었다

쓰라려 오던 손가락

방울지어 떨어지던 피



지난밤 떨어진

홍매화 꽃잎처럼 붉었다



오랜만에 내 몸에

붉은 꽃이 다녀간 날이다

 

- 이권 시인의 시집 ‘꽃꿈을 꾸다’ 중에서

 

 

정작 나를 아프게 하고 피를 흘리게 하는 원인은 ‘나’일지도 모른다. 나를 구성하고 있는 얇고 가벼운 속성들, 말투며 손짓 발짓이며 웃음소리이거나 혹은 실없는 농담 같은 것들, 하다못해 손톱 뜯는 버릇 같은 것들이,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여, 그 아픔이 나에게 되돌아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는 내가 믿어왔던 나의 속내, 흠결 없이 순수한 빛으로 나를 ‘나’이게 만들어주고 있다고 믿어왔던 내 속내가 나를 쓰라리게 하고 피 흘리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 속에 숨어있던 나의 칼날이 내가 흘린 핏방울의 원인이었음을 알게 된다면 그것을 붉은 꽃이라 불러도 좋겠다. /김명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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