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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황제릉 홍유릉을 찾아서 2

 

 

 

지난 시간에 이어 조선 황제릉으로 여행을 이어가보자.

홍릉의 이빨 빠진 사자의 모습을 떠나 해치상으로 자리를 옮겨보자. 목에 방울이 있어 비로소 ‘아, 이게 해치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홍릉의 해치는 날카로운 이빨 대신 사각형의 토끼 이빨을 드러내놓고 있다.

기존 왕릉에서 만나던 석마는 반가운 마음이 앞서 다가서지만 코를 벌렁거리며 반항적인 모습에 깜짝 놀란다. 문무석인 뒤에 놓여 순종적이던 석마는 이젠 반항적인 모습으로 참도의 맨 끝에 자리하고 있다.

홍살문을 지나 일직선상으로 나 있는 참도는 2단에서 3단으로 변해있다. 3단의 참도는 황제의 참도이다. 가운데 한단 높은 길이 황제와 황후의 영혼이 다니는 신도이고 좌우는 황제와 제후국의 왕이 다니는 길이다.

3단의 참도 끝에 위치한 건물은 침전이다. 보통 왕릉에는 정자각이 자리하지만 정자각 대신 일자형 건물인 침전을 세웠다. 침전은 황제의 숙소라는 뜻이다. 이 건물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궁궐의 전각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중국에서는 능이란 황제가 죽어서도 나라를 통치할 지하궁전이라 믿었다. 그래서 중국 황제능을 본떠 만든 홍릉과 유릉에는 침전이 있는 것이다. 제사를 지내는 공간인 왕릉의 정자각과는 그 용도가 다른 건물이다.

홍릉의 봉분 주위에는 꽃무늬를 새긴 병풍석과 난간석을 둘렀다. 병풍석과 난간석 사이 지면을 울퉁불퉁한 치맛주름 형태의 돌로 메우고 능침주변에는 혼유석과 장명등, 망주석 한쌍이 서 있다. 사각형으로 만들어진 장명등에는 역시 꽃무늬가 새겨져 있다.

홍릉을 떠나 순종황제의 능인 유릉으로 옮겨본다. 유릉은 하나의 봉분에 순종황제와 순명황후, 계비 순정황후 세분을 합장한 유일한 황제릉이다. 순종은 왕으로 강등되고 다스릴 나라도 없는 상태에서 세상을 떠났지만 그래도 능은 홍릉과 같은 황제릉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순종황제 역시 고종황제와 마찬가지로 능호가 없다. 고종황제처럼 왕비의 능호를 빌려쓰고 있다. 유릉은 순명황후의 능호이다. 경기 용마산에 있던 유릉을 이곳으로 천장하며 순종과 함께 합장하여 능호를 함께 쓰게 되었다.

유릉의 석물도 홍릉의 석물과 비슷하다. 문무석인은 홍릉에 비해 좀 더 살이 통통하고 풍채도 부드러우면서 사실적인 표현으로 되어 있다. 문석인의 표정도 조금은 학자 같은 인상도 남아 있다. 무석인 또한 장군으로서의 기품이 약간은 서려 있다. 그러고 보면 홍릉의 문석인 유릉에 비해 생김새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듯한 느낌이다. 왜색이 짙은 문석인의 얼굴이다. 유릉의 문무석인들도 일반 왕릉의 문무석인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이국적임을 알 수 있다.

유릉의 능침에도 홍릉처럼 꽃무늬가 새겨진 병풍석과 난간석이 둘러져 있다. 또한 그 앞에 혼유석과 사각 장명등이 서있다. 능침의 곡장은 홍살문에서 정면이 아닌 오른쪽으로 열려있다.

상상의 동물과 현존하는 동물이 배치된 홍릉과 유릉의 석물들은 각각의 개성이 뚜렷한 모습이다. 뚜렷한 개성과 해학적인 모습에 저절로 웃음이 나는 홍유릉이다. 하지만 홍릉의 석물들은 이빨을 드러내고 있어 능침을 지키던 석양과 석호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홍유릉은 우리나라의 황제릉을 다른 나라의 관리와 수호신들이 지키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는 스러져간 나라의 황제릉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순종황제는 별세하기 전 “백성들이여 노력하여 광복하라. 짐의 혼백이 명명한 가운데 여러분을 도우리라”는 유언을 남겼다. 식민통치 시절 서슬퍼런 일본의 감시 아래서 숨을 거둔 순종황제가 이런 유언을 남길 수 있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마지막 황제의 용기를 짐작해 볼 수 있다.

한여름의 더운 열기가 부담스럽다면 싱그러운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황제릉을 다녀오자. 비록 왕비들의 능호를 빌려 사용하고 있지만 그들에게도 희망은 있었다. 황제릉 홍유릉에서 그들의 희망과 현재 우리의 희망을 공유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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