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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의 창]북한의 비핵화와 우리 경제

 

 

 

요사이 모이면 경기침체, 청년실업, 북한 핵협상 등이 주요 화제가 된다. 서민 경제가 어렵고, 투자는 줄고, 취업이 어려운 경기침체 국면에 빠진 것 같다. 만일 이때 북핵의 위협이 없다면 외국인투자 유치, 다국적기업의 국내진출, 한·중·일·러의 동북아 시너지 효과 등으로 훨씬 좋은 상황을 맞을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필자는 경제부처 실무담당관으로서 1995년 9~12월 간 뉴욕에서 열린 대북 경수로지원협상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우리 측은 미국·일본·한국의 외교부 국장급과 KEDO 부장 4인이 공동수석 대표를 맡았고 북한 수석대표는 당시 외무성 참사인 리용호 였다. 그가 현재 북한의 외무상이다. 3개국과 국제기구가 모두 리용호의 공동 카운터파트인데도 그는 항상 미국 대표만 상대하고 다른 대표들에 대해서는 본체만체 했다. 북한은 경수로지원 뿐만 아니라 고압송전선·진입도로·항만건설 및 차관 상환기간 연장까지 요구하면서 떼를 썼다. 북한 대표 리용호는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수시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돌아왔다를 반복했다. 당시 39세인 리용호는 동북아평화와 번영을 위함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끊임없이 실리를 얻고자 했다. 3개월을 끈 회담이 1995년 12월 말에 한국과 일본이 7:3 비용 부담으로 30억불 규모의 경수로를 제공키로 하고, 미국은 경수로 건설 전까지 매년 중유 50만t을 제공하는 것으로 타결을 보았다. 북한은 그 대가로 핵을 완전 폐기하고, IAEA의 사찰과 검증을 받도록 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그 후 핵사찰을 막았고, 경수로가 건설 중임에도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였다. 북한은 경수로와 중유의 실리를 챙기면서 악마의 디테일인 핵사찰을 피하는 꼼수를 쓴 것이었다. 한·미·일은 국내 사정이 각기 달라 핵사찰을 안 받겠다는 북한에 대해 강력하고 체계적인 대응을 못했고, 오늘의 위기까지 온 것이다.

40년 이상 북미외교와 핵협상의 최선봉에 서서 산전수전 다 겪어온 리용호 외무상은 지금도 국제공조의 허점을 파고드는 현란한 협상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코리아 패싱, 핵심의제 분산, 대의명분 주장 등을 통해 협상 상대방을 혼란에 빠뜨리고, 분열시키면서 실리를 챙기려 한다. 정작 핵 폐기는 최대한 늦추거나 안하겠다는 것이 그의 작전일 수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과 6·12 북미정상회담의 핵심의제는 비핵화이고 핵 폐기다. 이것이 안 되면 다른 의제는 무의미한 것이고 다시 대립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또한 북한이 핵 폐기를 약속하더라도 검증이 중요하다. 검증되지 않은 것은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한 민족이라는 감상적인 생각으로 검증을 마치기 전에 대북제재를 풀어서는 안된다. 기업의 북한 진출, SOC 건설 등에 대해서 남북간 대화를 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이행은 북한의 핵 폐기와 이에 대한 검증 후에 되어져야 한다.

울퉁불퉁하고 지난한 핵 협상의 길을 달려 나가는 데는 한미공조를 강화하고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해야 함이 필수적이다. 북핵 사정권에 있는 일본과도 긴밀한 공조를 유지해야 한다. 힘의 우위와 강력한 압박만이 리용호의 노련함을 잠재우고, 핵 폐기를 달성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 핵 위험에서 벗어나 지정학적 리스크를 벗고, 매력적 투자대상국으로서 경제가 살아나며 창의와 활력이 넘치는 동북아 경제중심국가로 웅비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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