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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또 과거 정권 탓?

 

 

 

“2010년 5·24 조치(같은 해 3월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문책성 제재 차원에서 남북 교역을 전면 금지) 뒤에 관성처럼 수입업자들이 북한산 석탄을 계속 국내에 들여왔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방임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국내 한 언론이 지난 8월 11일 보도한 정부 관계자의 발언이다. 정부 관계자의 이 말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번 북한 석탄 문제의 근원도 따지고 보면 이명박근혜 정권이다. 그러니 억울하다” 이렇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정부 관계자의 이런 말이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발언이 사실일 때 여기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발언 속에는 두 가지의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문제점은 바로 ‘남 탓’이다. 현 정권은 지금까지 모든 문제가 과거 보수 정권 10년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하는 듯한 주장을 계속해 왔다. 물론 과거 10년의 보수 정권들이 잘못한 일들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잘한 부분도 있을 수 있다. 잘못만 했는데 보수가 10년 동안 정권을 이끌었다면, 이는 국민, 유권자가 어리석었다는 소리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현 정권은 과거의 잘한 점을 인정하거나 배우려는 노력은 등한시 한 채,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과거 잘못만 뽑아내는데 열중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정권이 출범한지 이제 1년하고도 3개월이 지나고 있는 시점에서조차, 과거 탓만 하고 정작 자신들의 업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면, 이는 무능함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 발언이 포함하고 있는 두 번째의 문제점은 바로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이다. 과거의 잘못을 알았다면 그것을 알았을 때부터 재빨리 고치던지, 아니면 과거의 잘못에 의해 생긴 문제적 사안이 부각되기 시작했을 때 행동을 빨리해 이에 대한 조치를 즉각적으로 했어야 했는데, 이런 조치 없이 과거의 잘못이라는 점만 부각하고 있으면, 이는 ‘책임 전가’로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책임 전가라는 현상은 공무원들이 복지부동일 때 나타나는 전형적 현상이다.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함과 동시에, 나중에 문제가 될 소지의 일도 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복지부동의 핵심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현 정권의 과도한 적폐청산 작업의 결과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 있다. 즉, 적폐 청산 작업이라는 이름하에 과거에 추진된 정책에 대해 ‘엄중한 칼날’을 들이대며, 당시 정책을 담당했던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물으니, 공무원들의 입장에선 괜히 일 열심히 했다가 나중에 다른 정권에 의해 문책을 당할 것을 두려워 할 수밖에 없고, 그러니까 복지부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시점이고 뭐고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다. 단지 면피만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발언처럼 논리에 잘 맞지 않는 발언이 나오는 것이다.

여기서 논리에 잘 맞지 않는 발언이라고 언급한 이유는 과거 정권의 방임이 지금의 문제를 야기했다는 논리구조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2017년 12월 30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현 정권은 지난 11월 29일 5쪽 분량의 이행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했는데, 여기서 “2016년 초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따라 개성공단 운영 중단 조치를 취했고, 현재 남북 간 경제협력은 없다”고 언급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현 정권 스스로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구체적인 사례로 5·24 조치를 제시한 것이다. 이처럼 본인들이 유엔 대북제제에 동참한다는 사례로 5·24 조치를 들었으면, 과거 정권이 어떻게 했던, 이 조치를 잘 준수하도록 눈에 불을 켜고 노력했어야 했다. 지금 북한 석탄이 문제가 됐을 때, 과거 정권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말이다.

지금 상황은 과거 정권의 탓으로 돌리며 면피나 궁리하는 한가한 상황은 아니다. 지금 현 정권에게 제기하는 문제는, 원인이 어때서가 아니라, 정권 성립 이후 이런 사안이 불거지게 된 이유와 그 이후의 조치에 대한 부분이다. 일단 국제사회의 불신의 눈초리를 신뢰의 마음으로 바꾸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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