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하는 새
/김재자
새 한 마리 산목련 우듬지에 앉아
흘러가는 구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가슴에 묻어 두었던 그리움 한 줌
아무도 모르게 살짝 펼쳐봅니다
굽이굽이 황톳길 따라 달려온 세월
안개 속에서 잠시 멈춰 봅니다
사랑과 이별, 기쁨과 슬픔, 외로움과 아픔
그동안 나를 흔들며 살아 온 기억들이
여울 되어 은하처럼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아픔마저 그리움이 되는 시간
산목련 우듬지가 바람에 흔들립니다
새 한 마리 아무 말 없이
이슬 같은 눈물 흘리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시라는 장르는 단 몇 줄의 행간으로 인샌의 길고 긴 한 삶을 엮어 나 갈 수 있으며 몇 개의 연으로 한 권의 소설과 몇 백 년 흘러온 역사를 담을 수 있다. ‘말 못하는 새’라는 14줄의 행간 속에 화자가 살아 온 인생이 오롯이 응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시에서 화자는 한 마리의 새가 되어 본인이 눈으로 보고 느끼며 살아 온 삶을 되돌아보며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다. 굽어진 황톳길을 달렸던 것으로 보아 한 사이클을 걸어 온 인간의 삶은 평탄하지 않다는 것을 비유화하였다. 그리고 수많은 바람이 화자를 흔들며 스쳐갔지만 운영이라 여기며 세상일에 순응하며 말없이 살아 왔다. 또 한 번의 세찬 바람이 화자를 흔들고 있지만 화자는 말 못하는 새라며 혼자만의 비밀을 간직한 채 오늘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정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