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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휘청이는 터키

터키는 ‘인류문명이 살아 있는 야외박물관’ 같은 나라다. 1만 년 전 구석기시대부터 그리스, 로마, 오스만제국에 이르기까지의 찬란한 유적과 유물이 터전인 아나톨리아 반도 곳곳에 산재해 있어서다. 그동안 이곳에서 셀주크·비잔틴·오스만제국 등이 역사를 일구고 명멸했다. 그중 오스만 제국은 1453년 ‘천년 제국’ 비잔티움의 수도이자, 크리스트교 문명을 대표하는 콘스탄티노플(지금의 이스탄불)을 정복했다.

1923년 지금의 터키공화국을 수립한 사람은 ‘국부’ 무스타파 케말이다. 그는 제일 먼저 언어 개혁을 단행했다. 오스만어에서 페르시아·아라비아 계통의 낱말을 몰아냈다. 터키어로 된 오르콘 비문과 위구르 경전을 연구하면서까지 지금의 언어를 정착시켰다. 아울러 정체된 터키를 이슬람 전통에서 벗어난 서구화된 나라로 만들기 위해 케말리즘이라는 천지개벽에 가까운 개혁도 추진했다. 정교 분리, 히잡 금지, 여성 참정권 등 탈(脫)이슬람적 ‘세속주의’가 그것이다.

하지만 근대화를 거치면서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가 충돌, 정국이 항상 불안 했다. 그리고 2003년부터 내리 세 차례 총리를 지냈으며 2014년 터키 최초의 직선 대통령에 당선된 에르도안이 장기집권에 들어가면서 갈등이 더욱 심화됐다. 대통령의 과도한 이슬람주의 정책에 반발하는 쿠데타도 몇 차례 일어났다. 그때마다 철권으로 진압하며 권위주의 통치를 강화했다, 지난 해 에는 개헌에도 성공해 입법·사법까지 걸친 막강한 권력자가 됐다. 이런 그의 이름 앞에 서방 언론은 종종 ‘술탄’을 붙인다. 오스만튀르크 제국의 지배자 술탄처럼 절대 권력을 휘두른다는 의미다.

요즘 그가 내우외환에 처해있다. 연일 리라화(貨)가 급락하며 국내 경제정책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증폭, 금융위기가 우려되고 글로벌 금융시장마저 출렁이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미국과의 갈등으로 관세 보복조치까지 당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 자본 이탈도 가속화 되고 있는데 정작 에르도안은 상황을 미국 등 외세의 요인으로 돌리며 “경제 전쟁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 호언 하고 있다. ‘21세기 술탄’이라는 그가 갖고 있는 ‘패’는 과연 무엇 일까?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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