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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꿈을 강요하지 말라

 

 

 

꿈을 갖게 하는 것이 청소년 교육의 핵심이다.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 교육’은 정부에서도 교육 분야 핵심 국정 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자신의 소질과 적성, 잠재력을 최대한 계발하고 그것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육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가슴이 뛰는 일이다. 그러다보니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꿈을 갖는 지도에 열을 올린다.

그런데 간혹 위험한 장면을 본다. 학교에서 선생님은 학생 지도를 하면서 꿈을 강요한다. 학생들과 대화하면서 꿈이 있냐고 묻는다. 그 중에 꿈이 없는 학생들이 제법 많다. 이때 선생님은 아직도 꿈이 없냐고 다그친다. 심지어 빨리 꿈을 정하라고 충고한다. 꿈이라는 목표를 정하는 것이 당장 해야 할 일이라고 채근한다.

꿈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꿈을 가진 사람은 어려움을 만나도 오히려 그것을 기회로 삼고, 최선을 다할 수 있다. 꿈은 가진 사람은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인류 역사도 결국 꿈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 왔다. 하지만 어른이 꿈을 정하라고 해서 품는 꿈은 허망한 것일 경우가 많다. 그것은 나의 고민도 없이 만들어진 멋있는(?) 미래의 일일뿐이다. 꿈이란 막연한 미래의 나의 모습이 아니다. 내가 도전해서 이루고 싶은 나의 미래이어야 한다. 꿈을 갖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알아야 한다. 자아탐색을 통해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자아탐색의 과정으로 만난 꿈이 진짜 자신의 꿈이 된다. 그것은 주변 도움을 받을 필요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혼자서, 그리고 힘겹게 찾아야 한다. 스스로 방황 끝에 찾는 꿈이 만들어져야 삶의 궤적을 달리 할 수 있다. 그래야 많은 사람들도 감동을 줄 수 있는 꿈, 행복한 꿈이 만들어진다.

그동안 우리 교육이 성공했던 요인도 있지만, 실패한 면도 있다. 그중에 아이들의 삶에 어른들이 일방적으로 관여하는 측면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선생님들은 본능적으로 학생들을 도우려고 하고, 학생들은 스스로 선택하는 일에 취약하다. 아직 꿈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아이들도 삶의 자율성과 선택의 다양성을 경험하지 못한 습관 때문이다.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미래 인재로 키워야 한다면 학생이 스스로 하는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학교에서 진로 교육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 분야도 섬세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진로를 결정하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이다. 한 개인이 미래 삶을 준비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도 매우 현실적이다. 사회적으로도 입시위주의 교육을 해소할 수 있고, 나아가서는 국가 발전에 필요한 인력을 균형 있게 양성 공급하는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도 기대가 크다.

그러나 현재의 진로 교육은 지나치게 직업 교육에 비중을 두는 것은 아닌가. 지금 우리는 종잡을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세상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불과 몇 년을 내다본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세상의 변화처럼, 현재 유망 직종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는 시점이 되면 없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섣부른 직업 체험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안정적인 직업을 볼 것이 아니라 인생 전체를 봐야 한다. 낯선 것을 보았을 때 내 생각이 만들어지고 호기심이 생긴다. 인간은 복잡한 존재로 예측 불가능한 삶을 산다. 하나의 길로 가는 것은 어리석은 존재가 되어버린다. 우리의 발전을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새로운 환경에 도전해야 한다. 진로를 빨리 결정하는 것보다 나를 채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스스로 방황의 길을 가야 한다. 방황이 있어야 삶의 면역력이 생기고, 근본적인 나를 찾을 수 있다. 방황하는 가운데 나를 들여다보고 그 관찰을 통해 나의 모습을 만난다. 지금 유망 직종이 미래 사회에는 필요가 없듯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망인이 되는 것이다. 프로기사 이세돌과 알파고와의 바둑대전에서도 보았듯이 미래 사회는 인공지능 AI의 추격에서 이겨 낼 힘을 키우는 유망인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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