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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달달한 커피믹스

한국식 커피의 대명사인 ‘커피믹스’가 세상에 처음 나온 것은 1976년이다. 한 식품회사가 다방에나 가야 마실 수 있었던 커피를 등산이나 여행할 때도 즐길 수 있게 하자는 의도에서 만들었다.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다방 ‘보통 커피’와 비슷한 맛을 내기 위해 커피와 프림·설탕의 배합비율도 1대3대2로 맞췄다. 소비자 호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거기에 1978년 커피자판기가 등장하고 1987년에는 설탕량을 조절하는 스틱형까지 나오면서 국민 기호품으로 자리 잡았다.

커피믹스가 국민적 유행을 타게 된 것은 외환위기 때와 구조조정 바람이 불었던 1990년대 말이다. 당시 ‘커피 타 줄 여직원’이 사라지는 바람에 일정한 커피맛을 보장하는 믹스가 직장을 중심으로 퍼져갔다.

뿐만 아니다. 인기는 수출로 이어져 효자상품이 된지도 오래다. 일본, 중국, 러시아, 베트남, 동남아 등지에 수출되는데 외국인 노동자들의 귀국선물 1호였던 것이 크게 기여했다. 그런가하면 한때 미국 LPGA 프로들도 ‘달달한’ 한국식 커피믹스를 선호 한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적절한 흥분상태가 필요해 커피를 챙겨 마시는 프로선수들에게 언제든 갖고 다니며 순식간에 뚝딱 타먹을 수 있는 믹스가 필수 준비물로 유행하기도 했다.

승승장구하던 커피믹스는 몇 년 전부터 커피체인점과 원두커피를 선호하는 사람이 늘어 고전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가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커피믹스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3위였지만 올해는 10위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커피믹스의 인기는 여전하다. 시장규모도 연 1조5천억원 정도다. 성인들이 커피를 1주에 12.2잔, 1년에 약 630잔 마시는데 이 가운데 40%가 믹스커피다. 믹스커피는 3일에 두 잔 정도를 마시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커피믹스가 우리나라 성인들이 가장 많이 섭취하는 당류(糖類)로 자리 잡았다. 엊그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도 우리나라 성인(19~64세)이 일주일 중 5일 이상 지속적으로 섭취하는 식품은 커피믹스가 31.2%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달달함’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 분명한가 보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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